[기고] 韓 3월 학기제는 글로벌시대 엇박자

2024. 2. 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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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계열사 중 가장 매출 비중이 큰 곳은 글로벌 ODM 기업 한세실업이다.

한 해 4억장의 옷을 해외에서 생산해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다 보니 300명에 달하는 한국인 직원이 해외에서 근무한다.

해외에 나가 다양한 경험과 함께 영어교육까지 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은 기회지만 한국과 학기제가 달라 아이가 혼란을 겪는다는 거다.

아이가 한국에서는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다니다 해외 국제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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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계열사 중 가장 매출 비중이 큰 곳은 글로벌 ODM 기업 한세실업이다. 한 해 4억장의 옷을 해외에서 생산해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다 보니 300명에 달하는 한국인 직원이 해외에서 근무한다. 필자 역시 창립 초기 베트남, 사이판 등 해외 법인에서 살다시피 했기에 직원들이 타국에 나가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안다. 그래서 해외를 방문하면 현지 직원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생산은 물론 디자인, 영업 등 다양한 직군이 나가 있다 보니 학령기 자녀를 둔 젊은 직원도 많다. 그 직원들은 하나같이 '학기제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해외에 나가 다양한 경험과 함께 영어교육까지 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은 기회지만 한국과 학기제가 달라 아이가 혼란을 겪는다는 거다. 한국처럼 3월에 첫 학기를 시작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9월에 첫 학기를 시작한다. 주요 7개국 중 일본만 4월에 첫 학기를 시작한다. 아이가 한국에서는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다니다 해외 국제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해외로 옮기며 환경이 바뀌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반 학기를 미이수한 상태로 학년이 올라가면 학업을 따라잡기 어렵다. 대학 입시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1개 학년을 미이수한 걸로 간주돼 특례 입학도 어렵다.

반대로 한 학기를 낮춰서 들어가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엔 같은 학기를 다시 다녀야 하는 만큼 시간을 허비한다는 단점이 있다. 6개월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중복되는 데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 입학하면 같은 학년보다 한 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우리 회사만 겪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 간 장벽은 무너진 지 오래인 데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는 2022년 말 기준 1만1567개사로, 2020년 대비 11.2% 증가했다. 이 기업들에 다니는 수많은 주재원들이 비슷한 고민을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학기제는, 나가는 사람뿐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에게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발표했다.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 인재가 한국에 많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 글로벌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기제 역시 그중 하나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령인구는 730만2000명이다. 10년 전보다 22% 감소했는데,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28% 줄어들 전망이다. 2000년 이후 폐교된 전국 대학이 20개에 달하는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42∼2046년에는 국내 대학 중 절반만 살아남고 나머지 절반은 사라진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절박한 상황에 학기제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패션부터 화장품, 식품, 문화까지 K파워가 세계를 휩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규정이 곳곳에 잔존하지만 국가의 근간인 교육부터 재정비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 아닐까.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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