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없는 클린스만, 카타르 참사 불러
요르단에 유효슈팅 없는 완패
전술 부재·무색무취 운영
선수에게 의존 리더십도 문제
졸전에도 미소로 논란 자초
"韓 돌아간다" 사퇴 선그어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한참 멍하게 서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허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상대 팀 관계자와 웃으며 인사를 나눈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사퇴는 없다"며 잘라 말했다.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도전은 또 한 번 초라하게 끝났다.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던 한국 축구가 4강 탈락이라는 허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요르단에 0대2로 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인 요르단을 상대로 경험한 첫 패배였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허술한 수비와 유효슈팅 한 개 없는 축구로 졸전을 펼쳤다.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처한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종이호랑이' 신세가 됐다. 4강전 직후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우리의 실수로 이렇게 마무리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에 도전한 대표팀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내고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명문 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 구성돼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을 받았다. 그만큼 이번 대회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로 한국 축구가 1년 만에 '무색무취'해지면서 뒷걸음쳤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내내 자신을 향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아시안컵 우승으로 지도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뚜렷한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고 끝내 결과도 보여주지 못했다.
독일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없는 게 많았다. 전술과 색깔, 그리고 공감 능력과 리더십 등 이른바 '4가지'가 없었다. 경기마다 감독 특유의 전략보다 선수 개인 역량에만 의존했다. 여기에다 논란만 키운 언행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16강·8강전에서 연장 승부를 치른 한국은 4강전에서도 손흥민·황희찬·이강인을 선발 배치했다. 앞선 경기에서 혈투를 펼쳤던 선수들은 이날 체력적인 문제를 겪었다. 패스 미스를 남발했고, 유효슈팅도 없었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김민재가 빠진 수비진은 상대 역습에 뻥뻥 뚫렸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 운영에서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점유율만 높았을 뿐 세밀한 플레이는 없었다. 상대 팀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교체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부임 직후부터 문제가 됐던 색깔 없는 축구가 끝내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과거 한국 축구를 이끌며 성공한 감독들에게는 뚜렷한 철학과 방향성이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거스 히딩크 감독의 압박 축구,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대표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내내 불거졌던 '방향성 없는 축구' 논란을 두고 "어떤 색깔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점점 드러날 것이다. 현재는 팀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며 얼버무렸다. 그리고 실전에서 밑천이 드러났다. 수비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치른 6경기 내내 실점해 무려 10골을 허용했다. 유럽파 공격진이 넣은 11골 중 필드골은 4골에 불과했다.
전술·전략 부재와 무색무취한 축구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서 자율성을 강조한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세부적인 전술 준비와 체계성 없이 선수 개인 기량과 재능에만 의존한 클린스만 감독의 팀 운영은 팬들 사이에서 '해줘 축구'라는 비아냥을 샀다.
졸전에도 망연자실한 선수들 사이에서 오히려 웃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 무승부, 요르단과 4강전 패배 직후 클린스만 감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상대 팀 관계자와 인사를 나눴다. 클린스만 감독이 "좋은 경기를 한 상대를 존중할 때는 그런 태도(미소)를 보여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공감 능력 부재라는 비판도 덧붙여졌다. 그는 지난해 잦은 해외 출장과 원격근무로 비판받았을 때도 "내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며 고집불통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온갖 논란 속에 아시안컵을 마친 축구대표팀은 8일 귀국한다. 아시안컵 우승컵을 갖고 오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계속 감독직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팀과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할 것"이라면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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