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효과 데이터로 검증, 美의학계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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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의 색깔과 모양·설태 등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설진'은 한의학 진단법 중 하나다.
요즘은 임상 데이터를 정량화해 3차원 디지털 영상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설진기'가 병증을 진단한다.
한의 이론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한의 의료 기술의 임상 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인 이보람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를 매일경제가 만났다.
이 박사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등 첨단 과학을 융합한 한의학 연구는 이미 널리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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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침치료연구 데이터 분석
몸속 360여개 경혈 자극때
통증개선 효과 과학적 입증
美저널에 1저자로 논문 게재
수입 좋은 진료대신 연구택해
"만성질환 예방 쪽에 관심 커"
혀의 색깔과 모양·설태 등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설진'은 한의학 진단법 중 하나다. 요즘은 임상 데이터를 정량화해 3차원 디지털 영상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설진기'가 병증을 진단한다. 인공지능(AI)으로 가짜 한약재를 감별하는 기법도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나타낸다.
한의 이론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한의 의료 기술의 임상 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인 이보람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를 매일경제가 만났다. 이 박사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등 첨단 과학을 융합한 한의학 연구는 이미 널리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침 치료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의사협회저널 자매지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노르웨이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에서 이 박사는 1저자로 연구 가설 설정부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주도했다. 연구진은 기존 침 치료 연구 10편의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경혈 자극이 통증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경혈이란 한의학에서 치료를 위해 침·뜸 등의 도구로 자극하는 부위로, 전신에 360여 개가 분포돼 있다. 이 박사는 "경혈이 아닌 곳보다 정확한 경혈을 자극할 때 유의미한 통증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로 이 박사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주관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 이름을 올렸다. BRIC가 선정하는 한빛사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적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가운데 논문인용지수(IF)가 10 이상인 학술지 또는 그룹별 3% 이내 상위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등재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한의사를 꿈꾼 건 아니었다는 이 박사는 "성장기에 허약 체질이라 한의원에 자주 갔는데, 그때 치료를 받았던 기억이 긍정적으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대에 진학한 뒤 우수한 성적으로 한방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엔 대부분 한방병의원 임상의를 택하지만, 수련 과정에서 연구 실무에 참여하며 흥미가 생겼다. 이 박사는 "제가 참여한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는 걸 보며 성취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연구직 채용에 지원해 5년 차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방소아과를 전공한 이 박사는 연구원에 입사한 지 1년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과제를 수주해 한방소아과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이 박사는 "성장 분야는 소아와 부모의 관심이 아주 높은 데 비해 연구가 적다"며 "연구 기간과 연구비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문헌 연구부터 임상차트 분석, 환자 심층면접 등 질적 연구와 경제성 연구까지 다양하게 시도했다"고 말했다.
큰 꿈보다는 눈앞의 목표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산다는 이 박사는 퇴근 후 주 2회 원어민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지난해 처음 해외 기관과 함께 연구하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다"며 "서구에서도 침 치료 등 한의학 분야와 관련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데, 연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우수한 연구자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전문인 한방소아과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이 박사는 "아이들이 받는 한의학적 처치들이 성인이 됐을 때 키나 만성질환 예방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고 싶다"며 "출생률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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