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가티 공식 계정에 나타난 한국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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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브랜드 부가티의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에 한국인 한 명이 등장했다.
부가티 측이 그의 차와 SNS 주소를 공개한 게시물을 올리자, 각국의 자동차 애호가들은 부럽다는 식의 반응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는 국내 '차덕후' 사이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를 입건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은 검사가 6명인 검찰 '임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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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브랜드 부가티의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에 한국인 한 명이 등장했다. 그는 전 세계에 몇 대 없는 ‘부가티 시론’의 구매자였다. 부가티 측이 그의 차와 SNS 주소를 공개한 게시물을 올리자, 각국의 자동차 애호가들은 부럽다는 식의 반응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는 국내 ‘차덕후’ 사이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존버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박씨는 대당 수십억씩 하는 한정판 하이퍼카를 여러 대 갖고 있다. 라페라리와 맥라렌, 포르쉐 등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차량을 두루 섭렵한 그는 차덕후들에겐 선망의 대상으로 꼽혀왔다.
그런 그의 정체는 지난해 12월 19일 밀항선을 쫓던 해양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박씨는 국내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의 피의자였고,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야반도주에 나섰다. 밀항업자에게 2억원을 주고 ‘슈퍼카의 성지’ 두바이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했으나, 결국 덜미가 잡힌 그는 현재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정체가 탄로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사기관은 여태 뭘 했길래 밀항까지 하냐는 식의 지적이다. 코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1조남’라는 그의 수식어를 빌려 ‘비트 1조로 (수사기관에) 다 돈 먹여서 봐준 것’이라는 질책도 했다.
검찰이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그를 입건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은 검사가 6명인 검찰 ‘임시 조직’이다. 이곳에서 수사하는 주요 피의자들, 특히 박씨처럼 코인 가격을 시세조종 해 이득을 편취하는 MM(Market Making·시세조종)업자들은 범죄수익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달랑 6명이 범죄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코인 범죄는 기존 수사 공식에서 벗어난 신종 범죄라 의율(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일)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범죄수익이 수천만원에서 수억 정도인 유력 정치인 수사에 검사 수십명이 달려드는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검찰에 이런 상황에 대해 묻자, 검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으로 중대범죄에 수사력을 모을 수밖에 없다’며 어쩔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런 검찰에게 전해주고 싶은 취재 현장이 있다. 지난해 겨울 서울 서대문구 반지하 자취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22세 청년이다. 고인은 등록금 납부를 열흘 앞두고 등록금을 낼 돈도, 월세를 낼 돈도 없어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당시 고인의 자취방 벽면에는 코인 차트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한편에는 ‘남들 다 100배까지 뛰는데 난 이것도 안 된다’는 식의 문구도 적혀있었다.
‘100배 상승’을 기대하고 전 재산을 넣었다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이들은 고인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 112상황실에 근무하는 경찰은 최근 기자를 만나 “요즘 코인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고 했다.
코인 차트 뒤에 숨어 가격을 수십~수백 배씩 조종한 이들은 지금도 수십억짜리 외제차를 타며 전 세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모습도 검찰이 생각하는 ‘중대 범죄’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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