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랙터 시위에 백기…기후 이행목표서 농업 분야 제외
[앵커]
유럽연합이 성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2040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기후 목표치에서 농업 분야의 이행 목표를 삭제하고, 살충제 규제안도 철회했습니다.
한미희 기자입니다.
[기자]
EU 집행위원회는 2040년까지 EU 전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애초 알려진 초안에는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지만, 현지시간 6일 발표된 통신문에서 이 내용은 통째로 삭제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습니다.
집행위는 또 2030년까지 살충제 사용을 50% 감축하는 '지속 가능한 살충제 사용 규제안'도 전격 철회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 EU 집행위원장 (현지시간 6일)> "지속 가능한 살충제 규제안은 양극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유럽 의회에서 거부되었고, 이사회에서도 진전이 없습니다."
집행위의 이런 결정은 유럽 각지에서 EU의 환경 규제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졌습니다.
최근 휴경 의무 규정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EU가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오는 6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유럽 각국에서는 농민 지지를 등에 업은 극우 돌풍이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행위가 이날 발표한 통신문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집행위의 구상이 담긴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아직 없습니다.
집행위의 야심찬 목표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격렬한 정치적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습니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10월 말에 끝나는 가운데 6월 선거에서 우파 세력이 득세하면 유럽의 기후 정책 추진은 더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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