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는 상고 포기하고, 배상하라”

강석봉 기자 2024. 2. 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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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시 반부터 서초동 법원삼거리 서울고법 출입문 근처에서 시작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약자와의동행TV



지난 6일(화) 오후 1시 50분부터 서초동 법원단지 서관 제405호 법정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 외 백숙종, 유동균 고법 법관)는 이미 구제급여를 받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에게 위자료로 국가가 300만원, 400만원, 5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가배상책임이 없다는 서울지법의 판단을 뒤집은 첫 번째 판례로서 지난 2014년 8월 원심 재판이 시작된 지 약 9년 6개월 뒤에 이루어졌다.

원래 원고는 피해자와 유족 등 13명, 피고는 5개 가해기업과 대한민국이었다. 원고 8명과 5개 피고기업 중 옥시·한빛화학·용마산업·롯데쇼핑 사이에는 지난 2015년 9월 각각 조정이 이루어졌다.

그 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6년 11월 국가책임을 부정하고, 나머지 피고기업 ‘세퓨’에 대해서만 총 5억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세퓨’가 파산하여 1심에서 승소한 나머지 원고 5명은 아무런 배상도 받을 수 없었고, 국가를 상대로 지루한 항소심을 이어왔다.

이날 2심판결이 끝나자 그동안 두 갈래로 나뉘어 펼쳐졌던 참사대응단체들이 오후 2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서초동 법원삼거리 서울고법 출입문 근처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회견은 원래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가 몇몇 피해자 등과 함께 준비한 것으로서 또 다른 흐름을 보여 왔던 시민환경단체 및 피해자단체 회원 등이 2심판결을 방청하고 그곳을 지나가다 동참의사 등을 밝혀 공동기자회견이 성사되었고, 각각 강조점을 달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소송을 대리했던 송기호, 이정일 등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2심 재판 결과와 성과 및 한계 등을 설명한 뒤 구제급여를 수령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에서 제외한데다가 그 금액 역시 소액에 불과하다는 점 등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피해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 날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의장은 “역사상 최초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국가책임을 인정했다는 점 등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위자료만 인정했다는 점 등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가상고포기, 즉각 적절한 배상실시, 대통령 사과 및 재발방지와 안전사회건설 약속” 등을 촉구하는 시민·환경단체 공동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은 ‘글로벌 에코넷’(김선홍 상임회장) 등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활동을 함께 했던 13개 시민단체와 6개 환경생명안전단체 등이 지켜온 입장을 집약한 글이다.

이 자리에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그동안 두 갈래로 나뉘어 펼쳐진 가습기살균제참사 대응단체들이 힘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임재이 피해자,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 피해자연합’ 대표 등이 잇달아 국가배상책임을 강조함은 물론 구제급여를 수령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에서 제외한데다가 그 액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 등을 규탄하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특히, 임재이 피해자는 판사들이 국가책임과 기업책임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음은 물론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야기한 각종 고통에 대한 크기 등을 300만∼400만 원으로 산정한 재판부를 신랄하게 질타하면서 강한 불만과 실망 등을 표시했다.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의장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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