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인 명단 뭐하나' 클린스만 감독 체제, 5명은 뛰지 못했다…빵점 활용도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바뀐 이점도 살리지 못했다. 애꿎은 선수들만 카타르에 아쉬움만 남기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클린스만호에는 3번의 기적은 없었다. 16강, 8강전 연이어 후반전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갔지만 요르단에게는 카드 누적 징계로 출전하지 못한 김민재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며 수비 쪽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이후 노렸던 아시안컵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대회 전부터 우승을 언급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헛된 자신감'만 보인 채 대회를 마무리 했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 감독은 아무런 소득을 남기지 못했다.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무대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포진했음에도 내용, 과정, 결과 모두 서툰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선수단 운영 및 활용은 낙제점이었다. 이번 대회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명단수가 늘어났다. 3명이나 더 뽑을 수 있던 상황, 지난달 12월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당시 클린스만은 한국축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길 원했다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김주성(FC서울)을 선택했다.
앞서 사생활 논란으로 대표팀 차출이 어려워진 황의조를 대신할 공격수 자리에는 추가 보강이 없었고, 지난 시즌 말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기제의 발탁은 논란만 낳았다.
그럼에도 대회의 결과를 보고 말해달라고 했던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것은 전력상 우위를 점했음에도 상대팀에 고전하고 졸전을 펼쳤다는 것 뿐이다.
26명의 선수단 중 5명은 그라운드를 밟지도 못했다. 김지수, 김주성을 비롯해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 문선민(전북현대), 송범근(쇼난 벨마레)이다. 골키퍼 특성상 출전 기회를 부여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송범근을 제외한 4명의 선수는 대회 내내 선택받지 못했다.
선수단 활용 계획은 조별 리그부터 꼬였다. 바레인전을 3-1 승리 후 요르단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 전 이미 앞선 팀들의 결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풀전력으로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를 상대했다. 로테이션을 활용하지 않았고, 주축 선수들은 또 한 번 힘겨운 싸움을 펼쳤다. 결과도 3-3 무승부를 기록했고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놋아웃 스테이지로 향했다.
이후 짧았던 휴식 기간과 연이은 연장전으로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경기 도중 금방 체력 소모를 보이며 몸놀림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핵심 손흥민과 이강인은 추가 시간과 연장전을 포함하면 600여분이 가까이 뛰었고, 좌우측면 수비 자리를 가리지 않고 뛴 설영우 역시 비슷한 시간을 뛰었다. 중원을 책임졌던 황인범 또한 전경기 선발 출전했다.
분면 클린스만 감독은 변화를 가져가야할 시기가 이었다. 조별리그 1,2차전 후 보여준 문제점을 3차전까지 끌고갔다. 준비기간이 있었던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나왔다.
특히 광주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이순민이 활용하지 않은 건 아쉽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위험지역에서 실수를 범해 비판받던 박용우의 기용을 고집했다. 이순민을 명단에 포함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외면했다.
더욱이 이순민은 황인범 자리에서도 뛸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선수였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지에는 없었다.
김지수, 김주성의 외면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 숫자를 증원하기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박진섭(전북현대)였다. 박진섭은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 뛸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다만, 박진섭 역시 주로 경기 막판 팀 수비를 늘리기 위한 카드로 썼을 뿐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
더구나 김진수는 부상에서 복귀했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활용하지 않았다. 설영우가 좌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주며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기 했으나, 설영우 역시 줄곧 경기장을 누비며 지친 상황, 오히려 김진수는 말레이시아전 이후 부상을 완전히 떨쳐냈음에도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이 요르단전 후 알려졌다.
경기장에 나서지 못한 선수를 조명한 것은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8강전 후 "벤치에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비록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했다. 너무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건넨 바 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26명으로 늘어난 명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더러 선수들의 상태까지 면밀히 지켜봤는지 의문만 남기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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