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급제동…독일식규제안 급부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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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에 제동이 걸린 것은 플랫폼업계와 학계뿐만 아니라 국회와 미국에서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특히 플랫폼법의 수혜자로 여겼던 벤처 업계마저 등을 돌린데다 입법 지원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비판적인 보고서가 나온 것이 플랫폼법 기조 변화의 주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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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반대’ 업계소통 난항 예상
기존 법 시대상에 맞게 개정한 獨
“기업 사전지정제 필요성 의문…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으로 가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에 제동이 걸린 것은 플랫폼업계와 학계뿐만 아니라 국회와 미국에서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비판 여론은 4월 총선을 앞둔 여당과 대통령실에 정치적 부담을 안겼고 이에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돌연 세부안 발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플랫폼법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은 오는 6월 시작하는 22대 국회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법안의 틀 자체를 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사전지정제를 손본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플랫폼법 내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듣겠다”며 “당장 사전지정제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고 이 제도가 필요한지와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열린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지정은 플랫폼법의 핵심이어서 사실상 원점 재검토 수순이다.
플랫폼법은 일명 ‘한국식DMA’로 불린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DMA는 시장지배적지위 사업자를 사전에 규제대상으로 지정하는 ‘게이트키퍼’를 선정하는데, 플랫폼법의 사전지정제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등이 사전지정 기업으로 거론됐다.
사전지정제를 놓고선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와 미국에서도 반발이 많았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역차별’ 논란부터 네카오 외 쿠팡 포함 여부를 놓고서도 ‘형평성 문제’ ‘자의적 판단기준’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기업만 키워주는 규제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사전지정제를 업계와 논의해 절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사전지정제뿐만 아니라 플랫폼법이라는 특별법 제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경제연합 관계자는 “사전지정제는 과도한 규제이며 플랫폼법이 아니더라도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플랫폼기업의 반칙행위를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며 “규제가 더 필요하다면 공정거래법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GWB)이 대안으로 급부상할지 관심이다. 이 법안은 작년 공정위 내 온라인 플랫폼 규율개선회의(플랫폼TF)에서 한 차례 논의된 적이 있다.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유사하다. 기존 법안을 9차(2017년), 10차(2021년) 개정을 통해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를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유럽연합의 DMA보다 단계적이고 시장 변화를 반영하며, 기존 법체계와 유기적이라는 성격이 있다. 다만 이 법안 또한 특정 기업을 사전 지정한다는 점에서 업계반발이 우려된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신속한 제재만을 위해 사전지정제가 필요한지 또는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플랫폼법과 같이 특별법을 제정하기보다는 기존 공정거래법을 시장 변화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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