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이재용, ‘뉴삼성’으로 난다 [한양경제]
반도체‧AI 등 본궤도…투자 결정에 속도낼 듯
신설 미래사업단 활용해 ‘미래 먹거리’ 발굴도 박차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2024년 국내 기업의 ‘경영 화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전쟁 위기 등 대외 변수가 여전히 상존하는 올해, 기업마다 ‘생존’과 ‘성장’을 향한 몸부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마다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주요 어젠다(agenda)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는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미래 전략을 전망하는 ‘연중기획’을 보도한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랜 시간 자신을 옭아맸던 족쇄를 풀고, 삼성가(家)가 강조해 온 ‘도전’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그동안 지체됐던 이 회장의 ‘뉴(New)삼성’ 구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4대 성장 동력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분야 등에 대한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 글로벌 신사업 발굴 등에 속도가 붙게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 전선에 정상복귀하게 되면 전략 수립 및 투자 등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신속한 대규모 투자‧M&A 기대…‘JY 리더십’ 부상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대규모 투자·인수‧합병 등이 이른 시일 내에 추진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지난 2016년부터 이어진 이 회장의 경영 참여 제약이 일부 해소되면서, 삼성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영향이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이 회장 기소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재판부 결정으로 이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동안 발목이 잡혀있던 지배구조 안정과 컨트롤타워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다양한 조직을 품고 있는 삼성의 의사결정에 효율성, 통일성 등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한층 치열해진 글로벌 반도체 경쟁과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회장도 1심 재판 최후진술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되면 당장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활발한 투자 등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전장, 로봇 등 삼성의 주력‧관심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동안 벌어졌던 간극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TSMC를 비롯해 미국‧일본 등 국가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이 회장은 공격적‧선제적 투자를 확대할 공산이 높다.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삼성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왔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적자 규모는 14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업계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것도 삼성의 의사결정 속도가 더딘 탓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의 주력 메모리 반도체 D램이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 반도체 실적도 흑자전환이 전망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의 관련 전폭적인 투자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은 삼성 관련 주가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이른바 ‘9만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M&A, 신규 투자 확대 등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삼성그룹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며 “삼성그룹주 전반의 낮은 기업가치는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에 따른 그룹의 전략적 의사결정 지연과 정책 및 규제 리스크 확대 등이 해외 대형 펀드의 투자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 실효성이 확대되고, 유통업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및 규제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ESG를 포함한 해외 대형 펀드의 자금 유입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75조원(지난해 3분기 말 기준)에 이르는 만큼 삼성의 투자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 미래사업기획단 중심 신사업 확장…글로벌 보폭도 확대될 듯
이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완전 복귀한다면, 삼성의 ‘미래먹거리’ 사업 분야도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신사업 발굴 총괄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향후 재판 부담이 줄고 물리적 활동 제약이 해소됨에 따라 이 회장의 글로벌 보폭도 한층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이 회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전 세계 메모리 칩의 약 60%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이 회장은 바이오‧6세대(6G) 이동통신 등 분야부터 신성장동력을 발굴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5월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원, 관계사 합산 기준)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해당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이 회장은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회장은 ‘제2의 반도체’로 점찍었던 바이오 분야를 위탁개발생산(CDMO)에 대한 투자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파이프라인 확대 속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차세대 통신기술 관련 투자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이전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미국 통신사업자 디시네트워크로부터 5G 통신장비를 수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통신장비 부문에 관심을 쏟아왔고, 모바일·가전·반도체 등 삼성전자 핵심 제품들의 경쟁력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6G 이동통신 기술과 글로벌 표준 등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삼성 6G 포럼’을 처음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며 ‘새로운 도전’의 기반을 쌓아 왔다.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인공지능 센터에서 선행기술 연구와 인재 영입, 전문인력 육성 등을 추진해왔고,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신진 연구자의 혁신적인 인공지능 연구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또 모든 사업 부문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삼성 AI 포럼’ 등에서 혁신 성과를 공유해왔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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