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발칵 뒤집은 ‘전화승인 결제사기’…어떻게 피해야 할까? [취재후]

김화영 2024. 2.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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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귀금속이 가득한 금은방은 범행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절도 범행에 금은방 보안 설비 강화는 필수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금은방 주인을 울렸습니다. 평범한 손님과 정상적인 카드 거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승인된 결제 내역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겁니다.

■'카드도 신분증도 제시한 대담한 범행'…승인된 결제는 없다?

순금 40돈 귀금속 구매를 위해 카드와 신분증을 꺼내는 남성


지난달 25일 경기도 화성의 금은방을 찾은 한 남성. 금팔찌와 금목걸이를 직접 껴보며 거울에 비춰봅니다. 이어 구매를 결심한 듯 카드와 신분증을 내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남성이 구매한 귀금속은 다 합쳐 순금 40돈. 전체 결제 금액은 약 1,600만 원이었습니다.

처음 제시한 카드가 '한도 초과'로 결제에 실패하자, 남성은 직접 '전화 승인 방식도 된다'며 카드 단말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이 약 5분여 단말기에 카드 정보를 이리저리 입력한 끝에 영수증처럼 생긴 '가맹점용'과 '고객용' 전표가 각각 1장씩 출력됐습니다.

단말기에 카드 정보를 입력하자 전표가 출력되는 모습


금은방 주인은 "이런 결제 방식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면서 "다만 매장 안에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고 출력된 전표에 승인이 거절된 내용도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결제된 줄로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남성을 보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사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카드사에선 '첫 카드가 한도 초과로 결제가 승인되지 않은 내역만 있을 뿐, 그 뒤로 결제가 승인된 게 없다'고 했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금은방 주인은 바로 남성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남성은 '다시 와서 결제하겠다', '다음날 아침에 은행 가서 입금하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다음날엔 갑자기 '통장 잔고가 100만 원밖에 남지 않았고, 구매한 금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팔았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읍소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결국 남성은 돌연 연락을 끊었습니다.

■범행에 악용된 '전화승인 결제' …출력되는 전표도 '유사'

'전화승인 결제' 자체는 모든 카드사가 운영하는 결제 방식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가맹점주가 카드사에 '전화'해서 결제 승인을 받는 겁니다.

주로 손님이 실물 카드를 분실했거나 카드에 손상이 있을 때, 혹은 카드 단말기의 자체의 오류가 있을 때 활용하도록 한 방식입니다. 다만 요즘은 실물카드를 넘어 휴대전화 페이 결제가 흔해지고 있어 이런 결제 방식을 쓰는 가맹점이 매우 드물다는 게 특징입니다.


카드사에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결제 금액 등 정보를 제공하면 카드회사에서 승인을 처리하고, 카드사는 이에 대한 승인번호를 발급해줍니다.

그리고 카드 단말기에 '전화승인 등록'이라는 기능을 통해 다시 카드번호와 승인번호를 입력하면, 이 데이터를 카드 단말기 업체로 전송함과 동시에 전표가 출력됩니다. 사실상 이 전표는 가맹점 혹은 고객이 '이렇게 결제를 진행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용도일 뿐입니다.

그런데 남성은 카드사에 전화를 하지 않고 임의로 승인 번호를 눌러도 이 전표가 출력되는 허점을 노렸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카드사와 전화 없이 승인 번호를 1부터 8까지 아무렇게 눌러봤지만, 전표 출력은 쉽게 이뤄졌습니다. 통장에서 결제 대금이 빠져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가짜 전표와 실제 영수증을 구분할 수 있는 큰 차이라면, '전화등록'과 'IC 신용승인'이라고 적힌 제목 부분뿐입니다. '결제가 안 됐다'는 취지의 문구도 없는 만큼 세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러한 결제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의 범행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화승인 결제가 사실 많이 사용하는 방식도 아닌 데다, 가맹점에서 이런 결제 방식을 사용할 때 사전에 카드사와 계약을 하는 거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객이 매장 단말기 만지게 두지 말아야"…가맹점주 주의 필요

남성은 화성에서 한 범행 이전에도 3차례나 더 같은 수법으로 수도권 일대 금은방의 금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에 구속돼 남성의 신병은 확보한 상태지만, 피해 금액만 약 5,800만 원에 이릅니다.

과거에도 한 차례 유사 범행 사례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한 단말기사에서는 '전표 효력 없음, 단말기 승인 아님'이라는 문구를 전표 윗쪽에 크게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또 취재진이 다른 업체의 단말기로 전화승인 등록이 되는지 실험해본 결과, 오류가 나면서 전표가 출력되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함께 필요하면 금융감독원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까진 단말기 업체마다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고 여전히 결제 방식 자체가 생소한 만큼, 무심코 있다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업주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카드 단말기는 손님이나 다른 사람이 만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카드 결제 승인이 제대로 됐는지 영수증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누군가 생소한 결제 방식을 제시한다면 카드사 등에 먼저 연락해 관련 정보와 절차를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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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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