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시비’ 속 백지화된 HMM 매각, 새 주인 찾을 수 있나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을 하림에 매각하려던 작업이 각종 논란과 의혹 끝에 무산되면서 향후 새 주인 찾기에 눈길이 쏠린다.
하림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부터 특혜 시비가 불거지며 이번 매각전은 실패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매각 측도 이번 매각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7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매각 측과 하림그룹이 전날 자정까지 막바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특혜 시비’ 등으로 끝내 양측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매각 측은 지난해 7월 매각 공고를 발표한 뒤 12월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최종 협상은 당초 지난달 23일이 마감 시한이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6일로 한 차례 연장됐다.
그간 HMM 매각을 둘러싼 양측 협상은 답보상태를 거듭했다. HMM의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와 주주 간 계약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앞서 하림은 매각 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어치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할 것을 요구해 특혜 시비를 불렀다. 이에 하림이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HMM에서 추가 배당금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특혜 논란이 일자, 매각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난항을 이어가던 협상은 하림 측이 그간 요구했던 바를 상당 부분 철회하면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발목을 잡았다. 하림은 2015년 JKL파트너스와 함께 국내 1위 벌크 해운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경험이 있었다.
하림은 투자금 회수가 필수적인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해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는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매각 측은 불허했다.
주주 간 계약에는 HMM의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이 포함돼 있다.
하림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5년 뒤 이 조항들은 해제되고, 하림이 상당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해진공은 HMM에 쌓인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해운업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협상 과정에서 컨소시엄 해체 후 단독인수까지 제안했지만 매각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쟁했던 동원산업 같은 후보가 문제 삼을 가능성과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일부에선 매각 무산 관측도 꾸준히 제기됐다. 하림은 HMM 인수자금 6조4000억원과 관련해 최대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JKL파트너스 지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성 자산 1조6000억원인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인수 후 ‘승자의 저주’를 지적하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넘어간 HMM은 당분간 또 홀로서기를 하게 됐다. HMM은 2020년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2022년 매출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단기간에 HMM 재매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홍해사태, 해운동맹 재편 등 해운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가 HMM 매각의 발목을 잡을것으로 본다.
산은과 해진공은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은 32.8%로 늘고, 인수 측의 지분은 38.9%로 줄어 큰 차이가 없게 된다.
HMM 재매각시 동원그룹을 비롯해 후보 물망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이 등판할지도 재계에 관심거리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재매각 절차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향후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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