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인수, YTN 공공성 훼손 우려 '여전'...노조 "YTN 매각은 범죄"

양일혁 2024. 2. 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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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도전문채널 YTN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조건부로 승인했습니다.

오너 리스크 등 각종 부적격성 논란이 이어진 유진그룹 측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YTN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부 양일혁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유진그룹, 생소한 분들도 있을 텐데 어떤 회사입니까?

[기자]

1954년 제과사업을 시작으로 발을 넓혀온 회사입니다.

지금은 건자재와 유통, 금융, 물류, 레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하는 중견 기업집단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창의적 인재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인류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인 유진이엔티가 YTN 최대주주로 변경하는 방통위 안건이 승인 났습니다.

그런데 최대주주 자격을 놓고 방통위 의결 전부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유진그룹이 과거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 휩싸인 전적과 무관치 않습니다.

바로 지난 2012년, 유경선 회장 형제가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큰 논란을 낳으며 특임검사팀이 투입됐고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사과했습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넘어가서 유경선 회장과 동생 모두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유 회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동생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장검사와 관계가 형사사건 유리한 처리에 도움될 거라는 불순한 기대를 했다"며

"유 회장이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앵커]

유진그룹 여의도 사옥 매입을 놓고도 회장 일가의 사익 편취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죠?

[기자]

저희 사건팀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회장 일가가 계열사를 이용해서 사익을 챙긴다는 의혹입니다.

서울 여의도에 유진그룹 사옥이 있습니다.

15층짜리 건물로 핵심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과 유진기업 등이 입주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을 소유한 주체가 천안기업이라는 곳인데,

지난 2018년 기준 천안기업 지분의 70% 정도가 유경선 회장 일가로 확인됩니다.

지금은 지분을 조금 내려놓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였던 기업입니다.

여의도 사옥에 입주한 유진 계열사들이 천안기업에 내는 임대료만 1년에 70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회장 일가의 사익 편취 의혹이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천안기업이 여의도 건물을 산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고요?

[기자]

천안기업이 여의도 사옥을 매입한 시점은 2015년입니다.

당시 이 기업의 자본금은 2억, 자산은 14억 수준입니다.

이 회사 주소라고 나온 곳을 취재진이 가봤는데 직원 1명에 사무실도 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어떻게 여의도 금싸라기땅에 세워진 750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느냐는 겁니다.

취재진이 알아보니 총수익스와프, TRS 계약이란 방식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한 마디로, 상대적으로 더 탄탄한 유진기업이 보증을 서 줘서 투자를 받았다는 겁니다.

금감원도 이런 사태에 주목한 적 있습니다.

저희가 확보한 금감원 내부 문건에 개인 사업자인 천안기업의 경영 상황을 보면 자체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유진그룹 회장 일가가 임대 사업을 하는 기업을 하나 만들어서 수백억 대 건물을 매입할 수 있게 그룹 차원에서 지원했다고 의심해볼 만 합니다.

[앵커]

최근에는 계열사인 투자증권에서도 불법 혐의가 포착돼 수사선상에 올랐죠?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9개 증권사 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증권사들이 특정 상품의 손실을 막기 위해 불법으로 자전거래를 했다는 겁니다.

자전거래는 쉽게 말해 내부에서 주식을 사고 파는 걸 말합니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거래로 보고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9개 증권사 30명 안팎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에는 현직 이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서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 조만간 마무리된 뒤 조만간 검찰로 넘어갈 것 예정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유진 그룹 측이 최대 주주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떤 반응들 나오고 있나요?

[기자]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모두 한목소리로 오늘 방통위의 승인을 규탄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언론노조는 "방송사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에 필수적인 심사위원회가 재의결 과정에서 생략됐다"고 지적하며,

"2인 체제 방통위의 기형적 구조 속에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취지는 훼손됐다"며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 심사위원회에서 나온 내용을 언급하며,

"유진이엔티의 유관 사업 경험이 미흡하며, 방송 미디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최다액 출자자로서의 명확한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방송 공적책임 계획의 구체적,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는데,

지금은 뭐가 달라졌는지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적 다툼도 예고했는데, 관련 내용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윤창현 /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 불법 졸속 매각에 대해서 끝까지 법적으로 다투겠습니다. 이 불법 졸속 매각을 주도한 두 명의 방통위원과 방통위 실무자들 전부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습니다. 임기는 유한하지만 공소시효는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것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국기자협회 역시 강도높은 비판 성명을 내놨죠?

[기자]

기협 언론공공성수호 특별위원회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아무런 경영상의 변화가 없는데도 1달여 만에 지분 보유에서 매각으로 입장이 바뀐 과정,

두 기업의 지분 매각 방식이 통매각으로 급변한 이유,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례적이고도 신속한 승인 절차, 이 모든 과정에 누가 개입하고 있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며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론 공기업의 지분을 좌판의 물건처럼 마구 팔아치운 명백한 정치 보복이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의 심판을 받을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순표 / 한국기자협회 언론공공성수호 특별위원장 : 할 수 있는 모든 일 다 해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언론 정책에 맞서 싸울 겁니다. YTN을 공영체제로 돌려놓기 위해서 어떤 긴 싸움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앵커]

보도전문채널로서 YTN이 그동안 쌓아올린 공정성과 공공성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일 텐데,

유진그룹과 YTN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방통위 승인 뒤 유진그룹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대주주 승인에 따라 남은 절차를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뉴스 전문 채널 YTN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YTN은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30년간 공적 소유구조를 유지해온 보도전문채널의 경영권이 민간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우리 언론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유진그룹이 최대 주주로서 향후 YTN을 어떻게 운영하고 경영할 것인지, 빠른 시일안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YTN이 오랜 시간 다져온 공정방송 가치와 공익성, 공정성을 지키는 일이 숙제로 남은 가운데,

이번 방통위의 YTN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에 대해 YTN 노조는 다음 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도 제기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내린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과 관련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2명의 위원만 참여해 이뤄진 결정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YTN 양일혁 (hyu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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