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축구팬 향한 절묘한 선곡 센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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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에서 0-2로 완패하며 '64년 만의 대회 우승' 꿈이 좌절된 7일(한국시각) 새벽,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 팬들의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등에선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번 대회의 온라인 중계를 맡은 오티티(OTT·온라인동영상시청)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이날 경기 주요 장면을 모아 내보내면서 김광진이 2000년 발표한 발라드곡 '편지'를 마무리곡으로 고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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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에서 0-2로 완패하며 ‘64년 만의 대회 우승’ 꿈이 좌절된 7일(한국시각) 새벽,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 팬들의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등에선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번 대회의 온라인 중계를 맡은 오티티(OTT·온라인동영상시청)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이날 경기 주요 장면을 모아 내보내면서 김광진이 2000년 발표한 발라드곡 ‘편지’를 마무리곡으로 고른 것이다. 선수들의 허탈해 하는 표정과 딱 들어맞는 가사에 누리꾼들은 “가사가 찰떡이다”, “노래 덕분에 그나마 화가 풀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쿠팡플레이는 이날 경기뿐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절묘한 선곡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이강인이 멀티골을 터뜨린 조별예선 E조 바레인과 첫 경기(1월15일, 3-1 한국 승)에서부터 “쿠팡플레이의 선곡 센스가 심상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쿠팡플레이는 이날 경기 마무리곡으로 김국환의 ‘축구왕 슛돌이’를 골랐다. 이강인은 6살 시절 ‘날아라 슛돌이’라는 한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바 있는데 이런 이강인이 훌쩍 커 아시안컵 데뷔전에서 펼친 활약을 ‘엄마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바라본 축구 팬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는 노래였다.
이어진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1월20일, 2-2 무승부) 끝에는 탁재훈의 ‘참 다행이야’를 마무리곡으로 틀었다. 이날 한국은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선 채 경기를 시작하고도, 박용우의 자책골 등 전반전에만 두 차례 실점하는 등 고전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황인범의 슈팅이 발판이 된 요르단의 자책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완패로 끝날 뻔한 경기였던 만큼, 축구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조 ‘최약체’로 평가되던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어렵게 3-3 무승부를 거둔 조별예선 최종전(1월25일)의 마무리곡은 임정희의 ‘진짜일 리 없어’였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최강의 유럽파 선수들을 빠짐없이 경기장에 세우고도 추가시간 종료 직전까지 상대에 득점 기회를 내주는 등 위태로운 모습에 여러 축구 팬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에 딱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숨 막히는 역전극으로 경기 마지막까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흘리게 만든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1월31일, 1-1 무승부, 승부차기 4-2 한국 승) 마무리는 틴탑의 ‘긴 생머리 그녀’가 장식했다. 이날 경기에선 조규성이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8강에 올렸다. 앞서 펼쳐진 조별리그에서 조규성이 다소 부진하자 일부 팬이 그의 상징과도 같은 긴 생머리를 놀림거리 삼기도 했는데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선곡이었다.
호주와 8강전(2월2일, 2-1 한국 승) 종료 뒤엔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이 황희찬의 페널티킥 골을 유도한 데 이어 프리킥 골을 직접 성공시키며 승리를 확정짓는 등 ‘원맨쇼’를 선보이자 이를 선곡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가 경기가 끝나고 마무리곡을 내보낸 것은 이번 아시안컵이 처음이다. 쿠팡플레이 내부에 스포츠 ‘덕후’들로 이뤄진 스포츠 전담팀이 따로 있는데 해당 팀원들의 경기 이해도가 높고 축구 팬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향후 다른 종목이나 대회에서도 마무리곡을 내보낼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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