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실종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대표 금고형
"사고 후 사과 한 차례도 없어"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지난 2017년 3월 남대서양 해상에서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선사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침몰 사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판결 직후 "형량이 낮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장기석)는 7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폴라리스쉬핑 대표 A씨에 대해 금고 3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폴라리스쉬핑 전 해사본부장 B씨에 금고 2년을, 공무감독 담당 임직원에 대해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임직원들은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
폴라리스쉬핑이 운영한 14만t급 화물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께 브라질 구아이바 터미널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 칭다오로 항해하는 도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령은 25년이었으며 배에는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총 24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수색 결과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으나 나머지 22명은 실종됐다.
재판부는 화물선 내 빈 공간으로 유지해야 할 보이드 스페이스(선체 바닥 빈공간)에 선저폐수를 보관하고 선체의 유지·보수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다만 격창양하(화물을 불균등하게 적재하는 방법 중 하나) 운항을 한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지만 격창양하 운항으로 인해 선체에 구조적 손상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 "선박이 적시에 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A씨가 선박의 안전보다 영업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19명의 피해자 유족과 합의에 이르렀고 나머지 3명의 피해자 유족들에 대하여는 상당 금액을 공탁했다. 하지만 3명의 피해자 유족은 여전히 피고인들의 엄벌을 바라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침몰사고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휴대폰을 교체, 폐기했다"면서 "B씨는 선박의 결함을 적시에 보고받았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C씨는 선박 검사시 선급검사원에게 선박의 결함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침몰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법원 입구 앞에서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침몰 사고 미수습자 허재용 씨의 가족인 허경주 대책위 부대표는 울먹이며 "검찰이 구형한 금고 5년형도 낮다고 생각했는데 1심에서 그보다 더 낮은 형량이 나와 허탈하다"라면서 "피고인들은 지금까지 진심으로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털어놨다.
허 부대표는 또 폴라리스쉬핑이 선고 일주일 전 기습적으로 형사공탁한 사실에 대해 규탄하기도 했다.
형사공탁이란 피해자와 합의에 실패한 피고인이 피해자 피해 회복을 위해 법원 공탁소에 금품이나 물품을 맡기는 제도다. 2022년 12월 개정된 형사공탁 특례제도에 따르면 피고인은 공탁서에 사건번호 등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기재하면 공탁할 수 있다.
허 대표는 폴라리스쉬핑의 기습 형사공탁에 대해 "돈으로 목숨을 사는 행태가 법정에서 받아들여진 것 같아 화가 난다"라면서 "피해자 의지와 상관없이 돈 몇 푼을 법원에 공탁해 감형을 받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허재용 씨의 가족인 허영주 대책위 공동 대표도 이번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이 재판에서 우리가 침몰 사고 피해 당사자가 아니기 직접 항소를 할 수 없다. 검찰에서 반드시 항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20일 대표 A씨에 대해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해사본부장 B씨에 금고 4년을, 나머지 임직원 5명에 대해서는 금고 3년을 구형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 앞서 지난해 12월 5일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은 폴라리스쉬핑에 선급의 설계 승인 사항에 맞는 선박을 운항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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