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혼합진료 금지'가 의료민영화 시발점?…전문가 "사실 아냐"
정부가 일부 비급여 진료와 건강보험 적용 급여진료의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자 일부 의사 사회 등에서 '의료 민영화'가 시작되는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도수치료 같은 비중증 과잉 진료에만 혼합진료 금지가 적용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의료 민영화가 진행될 것이란 주장은 터무니없는 해석이라고 본다. 혼합진료는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비급여 남용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 등을 막기 위한 것이며 의료 민영화 얘기는 "비급여를 통해 돈을 벌던 사람들의 계략"이란 시각이다.
7일 블라인드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면 최근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로 의료 민영화가 시작될 것이란 글들이 올라온다. 한 의사는 블라인드에 '드디어 시작되는 의료 민영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향후 비급여 재료에 대해 보험사들이 새 상품을 내놓고 의사들은 비급여 진료를 하는 고급 병원을 만들어 부유한 환자를 받고,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급여 진료만 보는 병원에 가서 대기를 길게 해야 할 것이란 것이다. 허리가 아플 때 급여 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진통제만 받고 끝나고 비급여 병원에서는 도수치료 등 최신의 치료를 받을 것이란 추측을 편다. 보상 수준이 낮은 급여 병원을 개원할 의사도 적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 다른 의사는 의료 민영화 추측 글에 "혼합진료 금지 분야는 미국식 사보험이랑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비급여에 혼합진료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면적으로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의료적 관점에서 적절성을 넘어서는 지나친 비급여 행위들이 있는데 비중증 과잉 의료가 되는 것들을 선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혼합진료 금지로 의료가 민영화되고 급여진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 민영화 주장은 비급여를 통해 돈을 벌던 사람들의 계략"이라며 "지금은 급여에 안 해도 되는 비급여 진료를 끼워파는 문제가 훨씬 큰데 이게 보장성을 갉아먹는 것이다. 혼합진료 금지는 비급여를 통제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수면내시경처럼 의학적으로 필요한데 비급여로 남아있는 건 빨리 급여권으로 들어오게 하고,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전면적으로 시행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혼합진료 금지로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게 되는 경우 보험사는 가입자에 보험료 인하 등의 보상을 하도록 조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1000만원짜리 과외가 생긴다고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일부 비급여의 혼합진료 금지로 의료 민영화가 되고 급여 진료를 보는 병원의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혼합진료 금지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비상조치로 비급여 가격 통제와 실손보험 제도 개편(병원 포함한 3자계약으로),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을 최대한 줄이는 것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의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항목이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남용돼 보험료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필수의료 인력 이탈 등을 야기한다고 판단해서다. 구체적 시행 항목과 적용 시기는 올 상반기 내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할 예정이다.
실제 도수치료 같은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로 빠져나간 보험료는 증가세다. 백내장 수술 등 10대 비급여 진료에 지출된 실손보험 금액인 2018년 1조4000억원에서 2021년 2조원으로 늘었다. 또 2021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비급여인 백내장 수술에 대해 부담한 금액이 1600억원, 도수치료는 640억원이었다. 2020년 기준 실손보험 지출 상위 비급여 항목의 혼합진료 비율은 도수치료가 89.4%, 체외충격파는 95.6%, 비밸브재건술·하이푸시술·맘모톰절제술·갑상선고주파절제술은 100%, 하지정맥류는 96.7%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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