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이냐, 반윤연대냐…‘위성정당 우산’ 앞에서 고심하는 녹색정의당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4. 2. 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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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참여 제안에 찬반 분분
“원칙 잃는 것” vs. “최소 의석수 보장” 갈림길
조건부 협상 혹은 ‘제3지대 연대론’ 주장하기도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 녹색정의당이 3일 국회에서 ‘녹색정의당 창당대회’를 열고 있다. 녹색정의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 참여 문제를 두고 녹색정의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는 범야권 소수정당에 지역구 후보 단일화와 함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제안했다.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 반대라는 원칙과 최소 의석수 보장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갈림길에 섰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으로부터 (비례정당 참여에 대한)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민주당이 선거 연대를 제안하면 검토할 수 있지만, 비례명부 공유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 내에서는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참여를 두고 찬반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측은 녹색정의당이 존폐 기로에 선 만큼,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통해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정의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 미만을 기록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총선에서 3% 이상을 얻지 못한 정당은 비례 의석을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한다. 당 관계자는 “이러다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 우산에 들어가면 일정 정도 비례 의석수를 보장받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당에 물밑에서 위성정당 참여를 제안한 바 있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저서 <심상정, 우공의길>에서 “당시 이해찬 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이 우리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성정당 10석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당시 “원칙의 길을 가겠다”면서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재명 대표가 거론한 지역구 후보 단일화도 일부 녹색정의당 지역구 후보들에겐 솔깃한 제안이다. 녹색정의당 내에는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갑)을 비롯해 이정미 전 대표(인천 연수을·현역 정일영 민주당 의원), 배진교 원내대표(인천 남동을·현역 무소속 윤관석 의원), 강은미 의원(광주서구을·현역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장혜영 의원(서울 마포을·현역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이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없는 인천 남동을이나 광주서구을에서 민주당이 무공천한다면 야권 선거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반면 위성정당 참여에 반대하는 측은 “꼼수 위성정당 가담은 원칙과 신뢰를 잃는 길”이라고 반박한다. 정의당이 위성정당에 발을 들였다간 조국 사태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 2중대’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언직 전 정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년 전 위성정당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대선 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이번에 위성정당 하면 2중대가 아니라 이제 빈대정당 된다”고 반대했다. 여영국 전 대표도 전날 SNS에 “비례위성정당을 고리로 한 반윤석열 선거연대는 적대적 양당 대결 구도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이미 녹색당과 독자노선을 걷기로 결정하고 당명도 녹색정의당으로 바꾼 상태다.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 참여하면 녹색당이 반발할 수도 있다.

녹색정의당 내에서는 민주당과 조건부 협상을 하거나 제3지대와 연대하는 ‘제3의 길’을 걷자는 주장도 나온다. 녹색정의당의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진짜 준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제3교섭단체 구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의당의 논의 참여 여부는) 민주당이 다당제 연합정치로 가는 의지가 확고한지를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노회찬이 제3공동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원 모임) 전략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듯이, 이번에도 제3공동교섭단체를 만드는 파격적인 선거연합전략을 구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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