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훈풍 탄 은행·자동차 ETF인데 설정액 800억 넘게 감소, 무슨 의미?

강정아 기자 2024. 2. 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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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에셋운용 등 은행·자동차 ETF 잇달아 환매
정부 ‘기업 밸류업’ 발표 이후 거래량 크게 늘었지만
향후 수요 증가할 것으로 보지 않고 저PBR ETF 몸집 줄여

국내 증시에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투자’ 열풍이 불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고배당’, ‘은행’, ‘자동차’ 등을 테마로 내건 ETF에 자금이 쏠렸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이번 주 잇달아 해당 ETF 상품들을 환매하며 규모를 줄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운용사들이 저PBR 테마 인기가 정점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번 기회에 몸집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은행’ ETF를 165만주를 전날 환매한 후 상장좌수를 5150만주로 줄였다. 이에 지난주까지 4100억원이 넘던 순자산총액(AUM)은 이날 기준 3873억원으로 200억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KODEX 자동차’ ETF도 지난주 3415만주까지 늘었던 상장좌수가 200만주 환매로 인해 이날 3255만주로 감소했다. AUM은 7120억원에서 6620억원으로 500억원이 줄었다.

다른 대형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전날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ETF 15만주를 환매해 AUM이 약 60억원 감소했다. 이외에도 같은 날 기준으로 TIGER 200금융’(6만주),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2만주) ETF 등도 환매를 진행했다.

앞서 은행, 고배당주 등 테마 ETF는 지난달 24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저PBR 종목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KODEX 은행’ 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정부 발표 직전 10거래일(1월 11~24일) 20만5960주에서 정부 발표 이후(1월 25~2월 7일) 95만8451주로 3.24배 급증했다. ‘KODEX 자동차’ ETF(16만637주→104만5685주)와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21만5982주→47만4144주) ETF의 거래량도 각각 6.5배, 2.2배씩 늘었다. 정부 발표 이후 세 ETF 모두 이날까지 각각 14.79%, 18.64%, 18.19%씩 상승했다.

대부분 ETF는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면 이참에 덩치를 불리고 더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엔 기존과 달랐다. 운용사들이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ETF 몸집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사들이 저PBR 관련 ETF의 시장 공급량을 줄이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와 관련이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설정·환매의 발행시장과 매수·매도의 유통시장이 매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처럼 개인의 ETF 매도세와 환매가 맞물리는 것은 운용사가 개인 매도세가 늘어나자, 시장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저PBR 관련주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PBR 관련 ETF에서는 개인 매도세가 두드러진다. ‘KODEX 은행’, ‘KODEX 자동차’ ETF의 경우 개인들이 이달 들어 각각 54억원, 134억원을 순매도했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역시 약 20억원을 팔았고, 나머지 관련 ETF도 같은 기간 대부분 개인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 향후 관련 ETF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유통 물량을 줄이기 위해 환매를 진행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발표 이후 급증했던 저PBR 관련 자동차, 은행 ETF 등의 거래대금이 대부분 지난주 고점을 찍고 이달 5일부터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개인들의 매도세만으로 ETF 설정·환매를 모두 설명할 순 없지만, 운용사들이 추가 수요가 유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해당 ETF 편입 종목들이 정점이라는 인식에 몸집을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향후 시장 흐름에 따라 설정 규모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저PBR 종목을 비롯해 관련 ETF 전반에서도 과열 우려가 있는 만큼 투자 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PBR 테마의 경우 지난 한 주 동안 동반 폭등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저PBR종목 사이에서 이익, 배당 및 자사주 모멘텀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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