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무산…해운업 불황에 멀어지는 주인 찾기
불확실성 커진 해운업황…HMM, 생존전략 찾기 골몰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 매각 협상이 결국 무산됐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정부 측이 주주 간 계약 조건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특히 경영 주도권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HMM 노조의 반발, 해운업황 침체 등 잡음이 이어져 왔던 점도 매각 무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HMM의 매각 재추진은 당분간 쉽지 않을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해운 업황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가 업권 내 경쟁 구도 변화로 HMM이 처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HMM은 당장의 생존 경쟁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HMM 매각 협상 결렬…경영 주도권 놓고 이견
산업은행과 하림 그룹 측은 7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HMM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하림은 입장문을 통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하림 컨소시엄은 HMM 지분 57.9% 인수 금액으로 6조 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측은 주식매매계약 및 주주 간 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는 설명이다. ▶관련 기사: HMM 매각 협상 결렬…주인찾기 원점으로(2월 7일)
양측은 우선 경영 주도권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 측은 매도인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을 매각하고 나면 영구채만 보유한 최대 채권자로 남기 때문에 경영 주도권을 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일정 부분 경영을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역시 이번 매각 무산과 대해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하림 측은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HMM 노조 "환영"…불확실성 커지는 해운업 '촉각'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수가 무산할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온 바 있다. 하림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지속한 데다가 HMM 노조의 반발과 해운업황 침체 등 인수 환경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다.
하림 측은 최대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와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JKL파트너스 지원 등으로 인수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HMM의 양대 노조(해원연합노조·전국사무금융노조 HMM지부)는 하림 측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이 충분치 않고 재무적 안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지속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매각 무산과 관련해서도 두 노조는 "해운산업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반영된 오늘의 결정은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명운을 바꾼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운 업황이 악화하는 등 업권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를 보면 지난 2022년 초 5000에 달했던 지수가 지난해 내내 1000대에 머무른 바 있다. 올해 들어 홍해 사태 등으로 이 지수가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업황이 좋아져서라기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다.
해운 업계의 경쟁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우선 내년에 세계 1, 2위 업체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구성한 해운동맹이 해체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에는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 세계 5위 선사인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빠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팍로이드는 머스크와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는 새 동맹을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산업은행 측이 단기간에 HMM의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경영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HMM 관계자는 "지난 2022년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올해 해운 업계의 경기 전망이 밝지는 않았지만 최근 운임이 오르는 등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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