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투구 아닌데 '151㎞ 쾅!' SSG 새 외인, 심상치 않다... 변화구 강점이라더니 "공격적인 피칭 인상적"
지난해 11월 SSG가 더거를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에 영입했을 때 그에 대한 설명은 2선발 유형 혹은 기교파 투수의 그것에 가까웠다. SSG는 "더거는 최고 시속 150㎞의 힘 있는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특히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완성도 있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풍부한 선발 경험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춰 큰 약점이 없는 완성형 선발 투수로 판단해 이번 계약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흔히 1선발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설명에 빠른 구속, 폭발적인 구위가 강조되기 마련이다. 보통 KBO리그에 오는 우완 투수들이 최고 시속 150㎞의 공은 심심치 않게 던지는 데다 특별한 장점이 없을 때 흔히 나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강조됐을 때 아쉬움을 나타내는 SSG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우려는 잠시 접어둬도 될 것 같다. 더거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캠프에서 이숭용 감독, 송신영 수석코치, 배영수 투수코치가 참관한 가운데 첫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스프링캠프에 참여한지 딱 일주일 만이다.
스프링캠프 첫 컨디션 점검의 일환이었던 불펜 피칭에서 더거는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스위퍼,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총 29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1.1㎞, 평균 148.2㎞까지 나왔다. 더거는 "첫 불펜 피칭인만큼 컨디션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던졌고 생각했던 대로 제구가 돼 기쁘다. 80% 정도 수준으로 피칭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거는 지난해 준수한 활약을 했던 커크 맥카티의 대체 외국인 선수라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해 처음 KBO리그에 발을 디뎠던 맥카티는 빠른 적응력과 함께 24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 3.39, 130이닝 116탈삼진으로 순조롭게 연착륙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이 문제였다. 맥카티는 지난해 6월 전완근 부상으로 일찍 전반기를 마감했고 순위싸움 중인 9월에도 복사근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되며 결정적일 때 팀에 힘이 되지 못했다. 그 탓에 SSG가 보류선수 명단에서 맥카티를 제외했음에도 그와 계약하는 KBO리그 팀은 없었다.
그와 달리 더거는 미국에서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선수라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의 더거는 텍사스 공과대학교를 졸업 후,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8라운드 전체 537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이듬해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출장해 경험을 쌓았고, 마이너리그(트리플A) 통산 75경기(339⅓이닝) 15승 22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특히 2023시즌에는 트리플A 퍼시픽리그에서 평균자책점 4.31과 탈삼진 143개를 기록하며 각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또한 2019년 메이저리그에 처음으로 데뷔해 메이저리그 통산 27경기(13선발) 86⅔이닝 67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더거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의 호성적에 "리그에서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했는데 안타를 맞을거면 강한 타구보단 약한 타구를 많이 맞자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던졌다. 개인적으로 큰 상황에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속에는 들끓는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 마운드에서 공격적으로 피칭하는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배영수 신임 SSG 1군 투수 코치도 합격점을 줬다. 배 코치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외국인 선수가 모두 컨디션이 좋아 보여 만족한다. 기대한 만큼 해준다면 좋겠지만, 언제나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계속해서 체크하며 관리하려 한다"며 "더거는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선발 투수로서 갖춰야 할 피칭 스타일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이번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으며, 듣던 대로 완성도 또한 아주 높았다. 특히 커브가 위력적이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가 시행되는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더거 역시 SSG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SSG 구단을 통해 "팀원 모두가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빠르게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엘리아스, 기예르모 에레디아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잘 대해주고 있어 기쁘다. 새로운 리그와 문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도 되지만, 기대도 된다. 어플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언어였다. 열심히 하고 있고 시즌 중반쯤 되면 어느정도는 의사소통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스프링캠프 기간에 천천히 루틴대로 준비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 대만 2차 캠프 때에는 필요한 이닝을 다 소화할 예정이다. 개막전에는 80~100개 정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 팬분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빨리 한국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더거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 운영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SSG로서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SSG는 새 외국인 투수 에니 로메로(33)가 연습 경기 도중 어깨 부상으로 단 한 번의 정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아웃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엘리아스가 어느 정도 그 자릴 메워주긴 했다. 그러나 김광현(36), 오원석(23) 외에는 토종 선발 투수들이 규정이닝(144)은커녕 100이닝 소화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레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고 지난해 SSG가 선발 평균자책점 리그 꼴찌(4.54), 불펜 소화이닝 5위(532⅔이닝), 평균자책점 5위(4.16)를 기록, 좀처럼 선두권에 근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한편 지난해 22경기 8승 6패 평균자책점 3.70, 131⅓이닝 93탈삼진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둔 엘리아스도 2024시즌 첫 불펜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엘리아스는 시즌 초반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8월 평균자책점 2.79, 9월 평균자책점 2.38로 한창 순위 싸움이 치열할 때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재계약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결국 엘리아스는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로 SSG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재계약 당시 SSG는 "엘리아스는 후반기 팀의 주축 선발 투수로서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하며 우수한 스태미나와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줬다"며 "에레디아와 함께 우수한 기량뿐 아니라 훌륭한 워크에식을 바탕으로 팀과 한국생활에 대한 적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판단해 재계약을 추진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이날 엘리아스는 불펜에서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총 31개의 공을 던졌다. 엘리아스 역시 "오늘(7일) 전체적으로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피칭했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다시 SSG에서 뛸 수 있어 기쁘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준비가 됐다.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마쳤다.
그의 피칭을 가까이서 처음 본 배 코치 역시 "엘리아스의 불펜 피칭을 오늘 처음 봤는데,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훌륭한 선수였다. 우타자, 좌타자 상황을 설정하며 투구했는데 원하는 곳으로 좋은 공을 던질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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