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D-1…유세는 뜨겁지만 민심은 '글쎄'
국민 70% "선거 신뢰성 부족"·88% "정부 부패"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파키스탄에서 오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총선을 이틀 앞둔 날까지 치열한 선거유세가 벌어졌다. 그러나 결국 '군부가 미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무력감에 선거 자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떨어진다.
6일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당들은 선거 규정에 따라 이날 자정 선거 캠페인을 종료했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ECP)는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에게 7일부터 선거일까지 이틀간 어떠한 정치 활동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설문조사나 여론조사를 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선거 이틀 전까지도 유세 열기는 뜨거웠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펀자브주(州) 카수르 지역에서 그의 동생이자 전 총리인 셰바즈 샤리프와 함께 대규모 집회를 이끌었다.
이날 집회에는 1만5000명이 참가했는데, 수많은 지지자는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의 상징인 녹색 깃발을 흔들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그에게 넘어가지 말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쟁자인 임란 칸 전 총리를 겨냥했다.
세 차례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샤리프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치적 재기를 꾀하고 있다. 2017년 부정 재산신고 등 부패 혐의로 결국 축출된 그는 2019년 영국으로 떠났다.
망명 생활 중에도 파키스탄 PML-N의 실세 역할을 하며, 그의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는 2022년 칸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파키스탄의 '킹메이커'인 군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최근 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평생 출마 금지 조치를 폐지해 샤리프 전 총리가 네 번째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샤리프 전 총리의 경쟁자로는 칸 전 총리와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인민당(PPP) 총재가 거론된다.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의 22대 총리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파키스탄 정부를 이끌다, 정치적 실세인 군부와 마찰을 빚으며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로 축출됐다. 그는 독직과 부패, 테러 등 180개 이상의 혐의를 받는다.
칸 전 총리는 정치적 반대 세력과 군대가 미국 행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축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부패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으나 군부의 반발 등에 부딪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14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칸 전 총리의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소속 후보들도 군부 아래에서 탄압당하며 대부분 출마가 금지된 상태다.
이슬람권 최초 여성 총리인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르 전 대통령의 아들인 부토 총재는 부모님의 정치적 유산을 등에 업고 이번 총선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토 총재는 "낡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며 PML-N과 협력하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고향인 남부 라르카나에서 연설하며 "샤리프 전 총리가 4선에 성공한다면 6개월 안에 해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적 안정과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답은 PML-N이나 PTI가 아니다"며 "오직 PPP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8일 치러지는 파키스탄 총선에서는 유권자 1억2800만 명이 하원의원 266명을 뽑는다. 펀자브주 등 4개주 주의회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다만 군부가 총리를 결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군부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일반 시민들의 선거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 수준이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선거의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88%는 '정부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봤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아미르 함자(22)는 "다가오는 투표에 대해 별로 흥미롭지 않다"며 "뽑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CNN에 말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정책 연구소(IPRI)의 전무이사 후세인 나딤은 CNN에 "선거로 이어지는 환경은 불안정하고 국가와 주요 기관에 대해 극심한 양극화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국가에 대한 불신은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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