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 특수교사 선고유예에 쌍방 항소

웹툰 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뉴스1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가 내려진 특수교사 사건에 쌍방이 항소했다.

수원지검은 7일 “특수교사의 정서적 아동학대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오늘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지난 6일 검찰시민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반영했다”고 했다.

검찰시민위는 수원지검 관내 거주하는 시민위원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사건의 전반적인 경과 및 증거관계, 1심 판결 요지 등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위에선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장애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기준 정립 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의결했다.

전날인 지난 6일 특수교사 A씨 측도 “1심 판결에서 대법원의 판례와 다르게 예외적으로 불법 녹음이 인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A씨는 항소장을 제출하기 전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녹음기를 넣기 전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법녹음만이 최후의 자구책이었는지 확인한 후에 판결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양측의 항소로 이 사건은 수원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10)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은 특수교사 A씨와 김기윤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사가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이 사건은 2022년 9월 당시 9세이던 주씨의 아들이 다니던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 학급 교실에서 벌어졌다. 평소와 달리 주씨의 아들이 불안 증세 등을 보이자, 주씨 아내가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다.

교사가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유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등으로 말한 내용이 녹음됐다. 이후 주씨가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같은해 12월 검찰이 교사를 기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서이초’ 사건 등과 맞물려 교권 추락이 이슈가 됐고, 주씨의 무리한 기소라는 여론이 모이며 주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재판에서는 최근 대법원의 ‘몰래 녹음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결에 따라 교사 몰래 한 녹음이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지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교사 발언을 몰래 녹음한 행위는 (아동 학대를 방지하려는) ‘정당행위’로 위법하지 않다”며 A씨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형을 선고하지 않고 이후 일정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을 면하게 하는 것이다.

판결 선고 후 주씨는 개인 인터넷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기사가 나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을 하고 유서를 썼다”며 “선처로 가닥을 잡고 입장문도 냈지만, 특사교사 측으로부터 고소 취하서 작성, 물질적 피해보상, 자필 사과문 게시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서신을 받았다”며 선처의 뜻을 거뒀다고 했다. 이에 A씨 측은 “주씨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