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순직 없도록”…소방관들 문경 화재 진상규명·처우 개선 요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업무 중 산화한 432명의 소방관 영령의 이름이 검은 천에 적혔다. 지난 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냉동식품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박수훈 소방교(36)와 고 김수광 소방장(28)의 이름이 그 끝자리에 자리했다.
지난해 3월6일엔 임용 1년도 안된 새내기 소방관 고 성공일 소방교(당시 29세)가 김제 한 주택에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했다. 지난해 12월1일엔 제주도 창고 화재현장에서 임성철 소방장(당시 29세)이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화재를 진압하다 산화했다.
2030 동료들의 연이은 순직에 소방관들은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소방공무원의 순직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에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공노총 소방노조)와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노) 소속 간부 소방관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소방공무원은 도구가 아니”라며 정부에 경북 문경 화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박일권 소사공노 위원장은 두 소방관의 시신이 수습되기 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불이 얼마나 센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붕괴되고 화염이 치솟았다. 기다리는 동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울고, 고함쳤다”며 “현장에 무인 방수차만 있었어도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가 말하는 첨단 장비란 없었고 굴삭기 한 대만이 작업하고 있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순직 소방관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추서되는 ‘옥조근정훈장’에 대해 “소방관은 33년 이상 장기재직해도 근정훈장을 받는다”며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겠다는 게 개근상인 셈”이라고 했다. 소사공노는 지난 3일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직 소방공무원이 근정훈장이 아닌 보국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상훈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고진영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432명의 영령에 추도의 뜻을 보내며 “소방공무원들은 내일이라도 현장에서 희생당해 이 명단에 새겨진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의 안전 또한 확보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끊임없이 외쳤지만, 변화는 없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예산이 뒤따라야 하고, 인력이 확충돼야 하며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동료의 희생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선심성 정책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온전한 소방 국가직 마련 등 처우 현실화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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