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순직 없도록”…소방관들 문경 화재 진상규명·처우 개선 요구

전지현 기자 2024. 2. 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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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와 소사공노(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회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방관 순직시 개근상인 ‘근정훈장’ 대신 ‘보국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상훈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4.2.7 성동훈 기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업무 중 산화한 432명의 소방관 영령의 이름이 검은 천에 적혔다. 지난 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냉동식품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박수훈 소방교(36)와 고 김수광 소방장(28)의 이름이 그 끝자리에 자리했다.

지난해 3월6일엔 임용 1년도 안된 새내기 소방관 고 성공일 소방교(당시 29세)가 김제 한 주택에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했다. 지난해 12월1일엔 제주도 창고 화재현장에서 임성철 소방장(당시 29세)이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화재를 진압하다 산화했다.

2030 동료들의 연이은 순직에 소방관들은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소방공무원의 순직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에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공노총 소방노조)와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노) 소속 간부 소방관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소방공무원은 도구가 아니”라며 정부에 경북 문경 화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힌 육가공업체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박일권 소사공노 위원장은 두 소방관의 시신이 수습되기 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불이 얼마나 센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붕괴되고 화염이 치솟았다. 기다리는 동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울고, 고함쳤다”며 “현장에 무인 방수차만 있었어도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가 말하는 첨단 장비란 없었고 굴삭기 한 대만이 작업하고 있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순직 소방관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추서되는 ‘옥조근정훈장’에 대해 “소방관은 33년 이상 장기재직해도 근정훈장을 받는다”며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겠다는 게 개근상인 셈”이라고 했다. 소사공노는 지난 3일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직 소방공무원이 근정훈장이 아닌 보국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상훈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고진영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432명의 영령에 추도의 뜻을 보내며 “소방공무원들은 내일이라도 현장에서 희생당해 이 명단에 새겨진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의 안전 또한 확보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끊임없이 외쳤지만, 변화는 없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예산이 뒤따라야 하고, 인력이 확충돼야 하며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동료의 희생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선심성 정책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온전한 소방 국가직 마련 등 처우 현실화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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