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미설치로 아파트 승강기 ‘운행금지’, 전국 확산되나
지난 6일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 80대 전모씨가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20~23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지난 1월 25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24대의 승강기 가운데 22대가 ‘운행금지’ 통보를 받았다. 몇달 전 정밀안전검사에서 조건부 합격으로 추가 안전장치를 4개월 기간 내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서다.
엘리베이트 운행 중단에 973세대, 3000여명의 입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자 아파트 측은 어쩔 수 없이 승강기 불법 운행을 강행하고 있다. 승강기 22대 중 12대는 교체공사를 진행하고 10대는 운행하는 식이다. 전씨는 “나는 5층이라서 괜찮은 편”이라며 “중간층에 사는 주민들은 옆 라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고 해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층 아파트 단지의 승강기가 운행금지 통보를 받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손가락 끼임 방지 등 7대 안전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승강기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전국 승강기 84만여대 중 올해까지 7대 안전장치 설치를 마쳐야 하는 승강기는 2만6111대다. 7대 안전장치는 어린이 손끼임 방지수단(카문)·자동구출운전 장치·추락방지 등으로 2017년 1월 28일 법이 개정돼 모든 승강기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공단은 승강기 최초 설치 이후 15년이 지난 승강기를 대상으로 정밀안전검사를 진행한다. 이 검사는 이후 3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이 때 7대 안전장치 설치 여부도 확인한다.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공단은 3년씩 2차례에 걸쳐 유예기간을 준다. 즉 3차 정밀안전검사에도 7대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불합격처리와 함께 운행금지 통보를 받게 된다.
다만 공동주택 및 대표가 2명 이상인 건물은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는 등 필요 서류를 공단에 제출하면 3년 추가 유예가 가능하다. 아파트의 경우 최초 정밀안전검사 이후 최대 9년까지는 안전장치 설치를 미룰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안전장치 설치 유예기간이 임박한 경우가 속속 도래하고 있다. 올해까지 안전장치를 갖춰야 하는 승강기 2만6111대 중 최대 유예기간인 6~9년에 해당하는 승강기가 많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최대 유예기간에 다다른 승강기의 수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법 개정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만큼 기간을 채운 승강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96년에 지어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17대의 승강기 중 10대가 지난달 운행금지 통보를 받았다. 전남 목포시 800여세대의 아파트도 지난해 10월 29대의 승강기 전체가 운행금지 통보를 받았다. 15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입주민 연령대가 높은 편이어서 운행금지 처분에도 승강기를 계속 운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안전검사에 불합격한 승강기를 운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단은 노후 아파트의 경우 신축 아파트와 비교해 장기수선충담금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공사가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장치 설치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재료 수급 등이 원활하지 않아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공단 관계자는 “운행금지 처분을 받으면 입주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안전장치 설치를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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