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 부동산 위기에 흔들리는 은행 "금융위기 아니야"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은행 대출까지 위험, NYCB 주가 폭락
고금리 계속되면 부실 대출 더 많아져...지난해처럼 은행 위기 우려
美 금융당국 "관리 가능한 문제, 금융 위기 아니야"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로 중견 은행들의 연쇄 파산이 발생했던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 금융 당국은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일부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금융계 전체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NYCB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뉴욕의 사무실·다세대 부동산과 관련한 예상치 못한 상당한 손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치 역시 2일 하향과 관련해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 관련 구체적 조치를 담은 지난해 4·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고 알렸다.
미 뉴욕 교외에 위치한 NYCB는 전국에 약 40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NYCB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여 자산가치가 1000억달러(약 132조원)를 넘어가는 중형은행으로 성장했다.
NYCB의 비극은 지난달 31일 주가가 37% 폭락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같은날 NYCB는 지난해 4·4분기에 2억52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은행이 설정한 대손충당금은 5억5200만달러로 지난 10년간 누적치보다 많았으며 시장 전망치의 10배를 웃돌았다. NYCB는 가뜩이나 시그니처은행 인수로 손실이 늘어난 데다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관련 대출로 막대한 충당금을 설정해야 했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미 CNN은 지난달 보도에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대로 인해 지난해 4·4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이 19.6%로 역대 최고치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높은 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부동산 개발 업자 및 건물주들은 수요 급감으로 궁지에 몰렸다. 부동산 관련 대출에 참여했던 은행들 역시 돈을 떼이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NYCB의 경우 시그니처은행 인수 때문에 중형 은행으로 분류되어 충당금 설정이 엄격해진 것도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끼쳤다.
NYCB의 일부 주주들은 6일 연방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NYCB 주가는 전날보다 22.3% 급락한 4.1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는 시그니처은행 등 채권에 대량 투자했던 중형 은행들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폭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연쇄 파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4일 미 CBS 방송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NYCB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대형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본 결과 관리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집중 노출되어 있는 지역 중소형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이미 알고 있던 문제라며 국제적인 금융 위기의 전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6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로 매우 스트레스 받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 웨드부시증권의 데이비드 치아베리니 지역 은행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매체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NYCB 문제가 "최악의 사태"에 직면한다면 업계 전반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연준이 계속해서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여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어 그러한 경우에는 은행들의 부실 채권이 급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은행들이 통제가능하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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