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녹지만 출입금지 못시켜 난감”···북한강 얼음 낚시터 가보니
‘얼음이 깨질 우려가 있으니 들어가지 마세요….’
겨울철 빙어 낚시터로 유명한 강원 춘천시 사북면과 서면 일대 북한강 상류 주변 곳곳엔 안전사고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지난 6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십여명의 낚시꾼들이 얼음 벌판을 옮겨 다니며 구멍을 뚫고, 빙어를 잡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낚시꾼들 중에는 심지어 얼음판 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불까지 피우며 ‘빙박’을 강행하는 사례도 간혹 발생해 안전사고 우려를 증폭시킨다.
이날 사북면 신포리 낚시터에서 얼음 두께를 측정하고 있던 춘천시 하천단속반원 안소옥씨(60)는 “이틀 전 얼음두께가 32㎝ 정도였는데 오늘은 25㎝로 줄었다”며 “최근 영상의 기온이 이어지다 보니 얼음이 빨리 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말과 휴일엔 보통 1000명 이상이 찾아 빙어낚시를 한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순찰하며 얼음 상태를 살피고, 화기 사용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사북면 주민들은 절기상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이 지나면 얼음 녹는 속도도 빨라져 위험한 만큼 낚시터 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춘인 지난 4일 춘천 지역 평균기온은 4.8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따뜻한 입춘이다. 지난해 입춘 때 춘천지역의 평균기온은 영하 4.5도였다.
이처럼 날씨가 풀리면서 얼음 깨짐으로 인한 수난사고 위험이 커지자 춘천시는 하천관리계 직원들과 공무직인 하천단속반원 등을 대거 투입해 삼천동과 서면, 사북면 등 북한강 일대 주요 얼음 낚시터 9곳을 매일 순찰하며 특별 안전점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얼음 낚시꾼을 강제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위험성을 고지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외 자연 낚시터는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같은 영업 제한 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출입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 또 춘천지역의 경우 하천법상 낚시 금지구역으로 설정된 곳도 없는 상태다.
최원종 춘천시 건설과장은 “어업권이 있는 주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사실상 북한강 주변에 낚시 금지구역을 설정하기 힘든 형편이다”며 “차선책으로 해빙기 때 장비를 동원해 강변 인근 출입부의 얼음을 강제로 제거하고, 접근 차단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올해에는 비교적 기온이 높은 편이어서 예년보다 보름가량 빠른 이달 중순부터 얼음낚시를 자제토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재난 당국은 얼음 구멍을 통해 물이 차오르면 아랫부분이 깨져 가라앉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얼어붙은 호수나 저수지, 하천 등에 들어갔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162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1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지난달 29일엔 인천시의 한 낚시터 중앙 부근의 얼음이 깨지면서 60대 2명이 물에 빠졌다가 119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얼음 깨짐에 의한 안전사고는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주로 기온이 오른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사고가 집중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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