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라고 1억 쐈는데 세금 4000만원…회장님의 호소, 세제 개편 신호탄 될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쌍둥이를 낳은 직원에게 출산장려금 2억원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부영그룹이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에게 출생 자녀 1명당 1억원씩을 지원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세율 탓에 출산장려금에 대한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복지 체계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7일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시무식을 열고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생장려금 총 70억원을 지급했다. 2021년 이후에 태어난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장려금을 받는 혜택을 누렸다.

부영그룹은 저출생의 배경으로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과 사회생활과 가정생황 양립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에 출생 자녀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 혜택을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에게는 국민주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행 세제 체계에 부영그룹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부영그룹은 이번 출생장려금을 급여가 아닌 증여 형태로 내줬다. 현재 소득세 과세표준상 연소득이 1억5000만원~3억원 구간인 경우 소득세율이 38%에 달한다. 임직원 급여가 5000만원 이상일 시 출생장려금 1억원이 임금이나 상여금에 포함되면 세금으로 3800만원이 빠져나가 실수령액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이 선택한 증여 방식은 과세표준상 10%인 1000만원이 세금으로 책정돼 수령인의 납세 부담이 완화된다. 하지만 부영그룹은 법인 차원의 비용 처리를 하지 못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세무당국이 증여 방식을 납득하지 못하면 증여세 대신 근로소득세가 적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이 회장은 출생장려금 면세제도와 기부자 소득공제를 제안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인구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누구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기부자가 세법상 기업일 경우 1인당 1억원 한도 제한을 둬 전액 비용 공제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20년 후 경제생산인구 감소와 국가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를 위한 국방 인력 부족 등 국가 존립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국가로부터 면세공제 제도로 자기 수입이 보장되고 기업은 출산장려금으로 법인세를 공제받게 되면 기꺼이 기부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일회성 현금 지원이 최우선 정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확립과 복지제도 구축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한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일회성으로 받을 수 있는 돈 1억원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며 “육아휴가 자유 사용과 자율·유연근무제 및 재택근무, 대체 인력의 원활한 채용, 가족친화정책, 아동 교육 및 보육 프로그램 등과 같은 육아와 업무 병행이 원활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세무사 사무소 관계자는 “기부금 면세 제도의 부작용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자칫 자산가들의 세금 회피 창구로 이용될 수 있어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제지할지 기준점을 명확히 설정해야 할 텐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