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권위자 마틴 로츠에 맞짱 떴다 폭망하다

에디터 2024. 2. 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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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라호야(La Jolla)엔 스크립스연구소(Scripps Institute)가 있다.

마틴 로츠 박사는 여기서 골관절염을 연구한다.

그는 미국 골관절염 환자의 연골을 수집 보관하는 조직은행을 운영하면서 골관절염 연구의 선봉에 서있다.

그의 연구는 환자조직이라는 가장 강력한 재료를 이용해 세계 연구계의 새로운 이슈를 골관절염 연구에 일찍 적용하고는, 바로 다음 이슈로 옮겨가는 특징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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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 28: Lee SW, Song YS, Lee SY, Yoon YG, Lee SH, Park BS, Yun I, Choi H, Kim K, Chung WT, Yoo YH. Downregulation of protein kinase CK2 activity facilitates tumor necrosis factor-α-mediated chondrocyte death through apoptosis and autophagy. Plos One, 2011;6(4):e19163.

■사람: 마틴 로츠(Martin Lots,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학문적 의의: 연골 세포사에서 오토파지(autophagy)의 역할

미국 캘리포니아 라호야(La Jolla)엔 스크립스연구소(Scripps Institute)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생의학연구소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득실거리는 저명한 연구소다.

마틴 로츠 박사는 여기서 골관절염을 연구한다. 그는 미국 골관절염 환자의 연골을 수집 보관하는 조직은행을 운영하면서 골관절염 연구의 선봉에 서있다.

Martin Lots. MD. [사진=스크립스연구소 홈페이지]

그의 연구는 환자조직이라는 가장 강력한 재료를 이용해 세계 연구계의 새로운 이슈를 골관절염 연구에 일찍 적용하고는, 바로 다음 이슈로 옮겨가는 특징을 지녔다. 관절염 최고의 잡지 '관절염&류마티스'(A&R)는 다른 연구자에게는 세세한 작용원리 연구를 요구하지만, 대가인 로츠에게는 이슈를 제기하는 정도의 논문만으로도 게재를 허락하는 듯 보였다.

또 그가 논문을 내면 전 세계 다른 골관절염 연구자들은 그가 선봉에서 던진 이슈를 받아 좀 더 세밀하고 긍정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나도 골관절염 연구에 뛰어든 이후, 그의 연구 여건이 부러우면서도 은근히 비판하게 되었다. 그와의 경쟁 심리도 자라났다. 골관절염 최고의 잡지인 A&R에 두 편의 논문을 낸 뒤 나는 그에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이기는 필살기는 골관절염에서 오토파지(autophagy)*의 역할로 잡았다. 2004년 나는 중점연구소 소장으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오사카대학 시바야마 교수의 오토파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비교적 일찍 오토파지에 대한 개념을 가졌던 나는 이 주제로 로츠 박사를 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문헌을 찾으니, 로츠 박사는 그때까지 이 주제로는 어떤 논문도 내지 않았다.

(* 오토파지: 자가포식(自家捕食), 즉 세포가 자기에게 불필요한 구성 성분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편집자 주)

2008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하였다. 이 새로운 연구에는 수년의 노력이 들어갔다. 동물모델과 사람 골관절염 조직을 사용하여 방대한 자료를 모아갔다. 틈틈이 로츠 박사가 오토파지에 대하여 논문을 제출하였는지 체크를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였다.

겨우 논문을 완성했건만...

2010년 5월 어느 날, 나는 마침내 논문을 완성하고 제출하기 위하여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며칠 전 간행된 A&R 최신호에서 로츠 박사의 오토파지에 대한 논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 논문의 가치를 현저히 방해할 논문임이 틀림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더 수행하지 않고는 내 논문의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의 결과는 참담하다. A&R을 비롯해 관절염 전문 잡지 심사에서 곳곳에 포진해 있는 로츠 박사의 제자와 공동 연구자들이 내 논문의 독창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최근 간행된 로츠 박사의 논문을 언급했다. 연이어 거부되자 힘이 빠졌다. 관절염 잡지에서는 희망이 낮아 보였다. 연구비 평가 시즌도 다가온 상황이었다.

나는 이 논문을 한 인터넷 잡지에 던져 버리듯 제출했다. 인터넷 잡지는 종이 잡지와 달리 논문 페이지가 없다. 엄청난 자료와 긴 서술 등 십 수 페이지 분량의 이 논문도 업적 데이터베이스에서 취급될 때는 19163쪽에서 시작해 19163쪽에서 끝나는 고작 한 페이지 짜리 논문이 되고 만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지 인터넷 잡지의 페이지 표기법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논문의 허망한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나는 수년 후 다른 주제로 로츠 박사와 다시 '리턴 매치'를 벌이기로 작정한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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