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김영옥 “스타보다 쉬지 않고 일한 내 자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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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아들딸에게 자주 해요. 살아도 산 게 아닌 상황에서 의료행위로 연명하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영화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의지로 생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는, 거기까지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백세시대, 백세시대 하지만 아파서 꼼짝 못 하면 돈, 자식, 배우자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자신의 몸을 자기가 다스릴 수 없을 때 오는 불행은 대체할 게 없다는 걸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 안에서는 늘 활기차고 거침없지만 카메라를 벗어나면 어쩔 수 없이 계단 오르고 내리는 것도 조심스러운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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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 반했어요…나문희씨랑 함께 한 건 행운”
“연명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아들딸에게 자주 해요. 살아도 산 게 아닌 상황에서 의료행위로 연명하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영화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의지로 생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는, 거기까지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7일 개봉한 영화 ‘소풍’은 존엄사나 연명치료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어떻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김영옥은 평생 노동하며 닳은 허리가 더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지는 노인 은심을 연기했다. 올해로 86살.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한민국 최고령 여자 배우 김영옥은 “귀가 안 들리니까 크게 말씀해주셔야 돼요~”라고 요청하면서도 수십년 함께 지낸 이웃처럼 시종 친근하고 유쾌하게, 명랑하게 답했다.
“애들이 어릴 때 많이 아픈 적이 있어요. 그래서 동료들한테 내가 죽으면 우리 애들 좀 어루만져주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박원숙이 ‘언니 유언을 그렇게 많이 하더니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사시는구먼’ 농담을 하더라고 하하. 이 나이에 몸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지. 그래도 대본을 받으면 이건 내가 해야겠구나! 이런 게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욕심이고 오만인데 작가가 나를 믿으니까 준 게 아닌가, 잘 끊어내는 성격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단짝 같은 나문희와 다시 짝을 이룬 영화 ‘소풍’은 소풍처럼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5년 전쯤에 처음 제안을 받았어요. 우리 이야기가 그대로 반영된 이야기같아서 대본에 반했어요. 특히 나문희씨랑 함께 한 건 행운이었어요. 힘든 줄 모르고 재밌게 했어요. 열심히 했지만 이게 최선이냐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는데 여러분들이 잘 속았으려나? 하하”
그가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한 건 늙고 망가지는 육체의 슬픔이었다. “백세시대, 백세시대 하지만 아파서 꼼짝 못 하면 돈, 자식, 배우자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자신의 몸을 자기가 다스릴 수 없을 때 오는 불행은 대체할 게 없다는 걸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 안에서는 늘 활기차고 거침없지만 카메라를 벗어나면 어쩔 수 없이 계단 오르고 내리는 것도 조심스러운 나이다. “이런 작품이나 역할을 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찍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좋았죠.”
1957년 연극무대로 데뷔한 뒤 성우와 티브이 드라마, 영화 배우로 활동해 왔다. 67년차인데도 연기뿐 아니라 ‘할미넴’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예능에서도 활약하는 등 권위적이지 않은 어른의 모습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요새는 옛날처럼 연극 무대에서 공부를 하거나 따로 연기를 배우지 않아도 잘하는 배우들이 많아졌어요.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리얼함만 강조하다 보니 대사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감성만 전하는 게 드라마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래서 열심히 정확하게 발음해서 대사를 하려고 더 노력하지.”
지금도 자칭 일중독자인 그는 연기를 “행복한 구속”이라고 규정했다. “연기 아니면 뭘 했을까 싶어요. 돈 벌려고 장사를 했으려나? 지금도 후회 없고 다시 태어나도 연기자를 할 거 같아요. 하지만 이제 주인공을 좀 많이 해야지. 나도 스타 돼서 빌딩도 사고 그래야지 하하.” 농담인듯 진담인듯 말을 던지더니 고쳐 말했다. “스타는 활짝 피었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질 수밖에 없잖아요. 나는 내 자리가 좋아. 쉬지 않고 일했기 때문에 내 영역을 구축해내지 않았나 싶어 만족합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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