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골프황제를 위해 바위도 옮긴 열성팬들… 25년전 피닉스 오픈의 추억
‘골프계를 뒤흔든 루스 임페디먼트 판정…, 그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9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개막하는 WM 피닉스 오픈(총상금 880만 달러)을 앞두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1999년 이 대회 최종라운드 경기장면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추억을 되짚었다. PGA투어 닷컴은 “프로골프 역사상 가장 견주기 힘들고 기괴한 장면이 25년전 젊은 타이거 우즈와 갤러리에 의해 펼쳐졌다”고 전했다.
그 유명한 ‘바위 옮기기’ 일화다. 프로 데뷔 3시즌 만에 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둔 인기절정의 우즈는 1999년 피닉스 오픈 최종라운드 13번홀(파5)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큰 돌덩어리 앞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다. 가로 1m 크기의 작은 바위에 가로막혀 그린을 향해 바로 샷을 할 수 없게 된 우즈는 경기위원을 불러 ‘루스 임페디먼트(고정되지 않은 자연물)’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경기위원은 “움직일 수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가 맞다”고 확인했지만 무슨 수로 그 큰 돌을 움직일 수 있겠냐는 표정을 지었다.
직접 돌을 움직여보려던 우즈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러나자 이를 지켜보던 갤러리 십수명이 달려들었다. 우즈의 열성팬인 그들은 “하나, 둘 영차” 구령에 맞춰 바위를 굴려 옆으로 치운 뒤 환호성을 질렀다. 수고해준 갤러리와 일일이 악수를 나눈뒤 우즈는 그린을 향해 호쾌한 샷을 날려 우승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우즈는 이날 3언더파 68타를 치고 최종 3위를 차지했다.
92년 역사의 피닉스 오픈을 1987년부터 개최해온 TPC 스코츠데일은 매년 각종 진기록과 숱한 화제를 남겨 올해도 골프광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를 갖춘 ‘콜로세움’ 16번홀(파3)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응원과 야유를 쏟아내는 갤러리의 ‘광란의 파티’로 유명하다.
우즈는 데뷔 2년차이던 1997년 이 홀에서 대회 사상 5번째 홀인원을 성공해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데뷔 5개월 만에 3승을 거둔 라이징 스타의 홀인원에 보낸 팬들의 광적인 반응은 “우즈가 우승하지 못한 대회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묘사되고 있다. 16번홀에서는 모두 11차례 홀인원이 나왔는데 2022년 대회에는 처음으로 한 해 두 개의 홀인원이 기록됐다.
332야드 길이의 17번홀은 이글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로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준다. 앤드루 매기(미국)는 2001년 이 홀에서 PGA 투어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파4홀 홀인원을 남겼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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