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미끼 ‘사기’ 여전…OO몰 결제 주의

이현기 2024. 2. 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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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같은 비싼 가전을 사실 때, 어디서 찾아보시나요? 아마도 가장 먼저 대형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이 어디가 더 싼지 검색해 보실 겁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대형 쇼핑몰 사이트에 버젓이 입점해 구매자들을 유혹해, 돈만 챙기고 잠적하는 사기 행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가' 라는 말에 많은 소비자들이 속았습니다. 이들은 구매자들을 자신의 홈페이지로 유인해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는데, 까딱 방심하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 배송 늦어지니, 00몰에서 사세요…물건 대신 날아온 문자
울산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TV를 샀습니다. 대형 사이트에서 검색으로 나온 '최저가 제품'이었습니다. 18일 사이트에서 카드 결제를 마치고 배송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6일이 지나도 물건이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대형 사이트 발주 기간이 지연되고, 많은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사실상 물건 주문이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신, 다른 안내를 덧붙였습니다. " 구매를 원하는 고객님들은 00몰을 이용해주시면, 연말 정산 행사로 현금 결제 8% 할인에 빠른 배송을 약속드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문자 메시지 안에는 자세한 쇼핑몰 주소까지 첨부돼 있었습니다.

안내된 쇼핑몰을 둘러본 A씨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TV 가격이 200만 원을 넘어 8% 할인 금액은 적지 않은 액수였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도 번듯해 보였습니다. 결국 A씨는 문의를 하고 TV값을 현금으로 결제를 했습니다. 하지만, 물건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환불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는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배송 지연 공지와 현금 할인 안내, 자신들의 홈페이지 링크를 담은 문자.


■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자만 60명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지난해 12월부터 60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은 1억 원이나 됩니다.

수법은 비슷했습니다. 유명 쇼핑몰에 최저가로 미끼 상품을 걸어놔 업체가 노출되도록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겁니다. 이후 배송은 해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구매자들이 처음 쇼핑몰에서 산 물건을 받지 못해, 업체와 어쩔 수 없이 연락을 주고 받게 됩니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유사한 안내를 받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오면 더 빠르게 배송해주고, 대형 사이트 입점 수수료 등을 빼서 더 싸게 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업체의 대응을 믿고, 피해를 당한 사실도 빨리 인지하지 못했다고 토로합니다.

업체 측이 피해자에게 '불안하시면 원래의 대형 사이트에서 사셔도 된다' '많이 늦어질 뿐'이라며 안심시키는 하는 말을 계속 했다는 겁니다. 또, 현금 결제를 압박 하는 게 아니라 '현금 결제가 불안하시면, 카드 결제를 하셔도 된다' 고 말하기에 이를 믿고 마음을 놓았다는 겁니다.

사이트 폐쇄 전 쇼핑몰 모습. 100만 원~800만 원대 제품들.


■사업장 찾아가 보니 '원룸'…이미 퇴거한 상태로 영업 신고

취재진은 업체를 만나서 설명을 듣기 위해 사업자 등록증과 쇼핑몰 홈페이지에 공개된 주소지로 찾아가 봤습니다. 업체 주소는 강원도 삼척시에 있었는데요. 골목에 있는 평범한 원룸 건물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업체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등록된 건물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건물 주인에게 문의해보니 사업자 대표는 이미 이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 시점이 쇼핑몰 사업장을 등록한 지난해 12월 이전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번듯해 보였던 쇼핑몰 사이트도 지금은 '사기 의심' 사례로 분류돼 관리자 폐쇄가 이뤄졌습니다.

평범한 주택가 골목길. 원룸 건물의 방 한 칸이 사업장 주소지.

■ "진화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다름없어요."

피해자들은 즉각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해당 쇼핑몰에서 배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온라인카페를 만들어 피해를 공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드 결제 대행사 측이 피해자들의 자료를 검토한 뒤, 카드 결제 내역을 직권으로 취소했습니다. 자칫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은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금으로 물건 값을 치른 경우입니다. 계좌로 송금한 경우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피해자 모임 측은 개별 대응이 어려워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사실상 '진화한 보이스피싱'과 같다고 말합니다. 대형 사이트 업체가 '피싱 사이트'를 개설하면, 피해자들이 가격에 낚이게 되고, 이름과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스스로 범죄 조직에게 작성해 주게 된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 사이트에 입점한 업체이기에 더욱 방심했다며,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 측이 업체를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경찰은 사업자 대표 20대 김 모 씨를 사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대표는 쇼핑몰 운영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자신은 돈을 받고 통장과 사업자 명의를 빌려줬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대표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공범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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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기 기자 (goldm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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