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D-1…'승리 유력' 샤리프 전 총리 등 막판 유세전
'수감' 칸 전 총리는 SNS 유세…경제난·테러 속 투표율은 낮을듯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축제 분위기입니다. 총선이 이틀 뒤 치러지지만 우리는 이미 (승리를) 축하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주요 정당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를 창당, 수십년간 현지 정치권의 한 축을 담당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총선을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동부 펀자브주 카수르에서 열린 총선 전 마지막 유세에서 이같이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세에는 지지자 1만5천여명이 참가했다.
총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샤리프 전 총리는 이번에 네 번째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
앞서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보석 기간에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한 뒤 작년 10월 약 4년 만에 귀국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파키스탄 '실세'인 군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유죄 선고 등 '출마 걸림돌'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부는 1947년 파키스탄 건국 이후 민간정부와 바통을 주고받으며 수십년간 직접 국정을 운영했다. 지금도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등 파키스탄 정치를 막후에서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리프 후보와 맞서는 상대로는 옥중에 있는 임란 칸 전 총리와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이끄는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를 들 수 있다.
자르다리는 파키스탄의 첫 여성 총리인 베나지르 부토의 아들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 재임 시절 외교부 장관(2022년 4월∼2023년 8월)을 맡기도 했다.
이제는 샤리프 가문을 상대로 '총리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높여가는 중이다.
총리 후보군 중에서는 칸 전 총리가 수감 중임에도 높은 국민 지지 속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크리켓 국민 스타' 출신인 그는 2018년 총선을 통해 집권했다.
샤리프 가문과 부토 가문 중심의 PML-N과 PPP의 기득권 정치와 부패를 비판하면서 주로 지식인과 젊은 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 압승을 거뒀다. 그의 총선 승리 배후에도 군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칸 전 총리는 집권 후 외교정책 등에서 군부와 심각한 마찰을 일으켰고,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가결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
그는 총리직 사퇴와 자신에 대한 170여개 혐의에 따른 재판은 모두 군부의 술책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물론 그가 창당한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을 군부가 정치판에서 밀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칸 전 총리는 재임 시절 외국 등에서 받은 선물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부패 혐의로 작년 8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는 공식적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또 PTI는 정당 운영과 관련해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정당 상징물 사용을 금지당했다.
이에 따라 PTI 후보들은 각기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TI의 정당 상징은 크리켓 배트다. 각 정당은 유권자의 문맹률이 낮은 상황을 고려해 여러 상징을 사용하는데 PTI로서는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크리켓 배트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치명타를 맞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칸 전 총리는 최근 잇따라 추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징역 10년, 총리 재임 시절 외국사절단에게 받은 고가 선물들을 국고에서 매우 낮은 가격에 부인과 함께 사들인 혐의로 징역 14년, 셋째 부인과 결혼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율법을 어긴 혐의로 징역 7년을 각각 선고받은 것이다.
칸 전 총리는 PTI에 대한 '탄압'을 피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유세를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시도한 바 없는 유세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하고 의미 있는 무기는 투표"라며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그다지 높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월 물가상승률이 20%를 넘고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난 속에 테러마저 빈발하는 가운데 총선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정부 무장세력의 공격은 지난해 매월 평균 54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에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에서 괴한들이 경찰서를 습격, 최소 10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yct9423@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 자작극이었다(종합)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