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클린스만호…조직력·전술·임기응변 모두 ‘낙제점’
수비 불안, 체력 난에 멘털까지 휘청
클린스만 감독 “사퇴보다 분석 필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축구의 실체도 드러났다. 팬들의 반발에 직면한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는 없다.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신기루가 걷힌 뒤에, 한국 축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패배(0-2)로 탈락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문제점을 분석해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 순위 87위의 요르단을 상대로 역대 첫 패배(3승3무1패)를 당했고, 조별리그 무승부(2-2) 뒤 재대결에서 참패하면서 사령탑의 전술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예정된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대비하겠다고 했지만 후폭풍은 이어질 것 같다.
수비 조직력 없이 우승 꿈은 과욕
클린스만호는 이날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공백을 절감하며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상대 골잡이 알타마리나 알나이마트 등 정상급 선수들이 파고들면 2~3명이 에워싸고도 막지 못했다. 빌드업의 시작은 수비수의 첫 패스부터 시작되지만 짧은 거리의 패스마저 상대에 안기는 일이 벌어졌다. 후반 8분 알나이마트의 골은 백패스가 잘리면서, 후반 21분 알타마리의 골은 여러 수비수가 한 명을 막지 못하면서 빚어졌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6골)와 16강·8강·4강전(4골) 6경기에서 10실점했다. 2015·2019년 대회 합계 4실점의 두배가 넘는 것은 수비 조직력의 문제를 보여준다. 공격이 화려하면 팬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지만, 수비 없이 우승할 수는 없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비 조직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다. 김민재가 빠졌다고 해도 너무 불안했다. 팀 전체가 체력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단조로운 전술 운용의 한계
한국의 주공격은 왼쪽의 설영우-황희찬, 오른쪽의 김태환-이강인 등 측면 자원이 침투한 뒤 크로스나 컷백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4강 요르단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거센 압박 탓에 미드필더 이재성과 황인범의 중앙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이들조차 백패스를 하는 일이 잦았다.
요르단은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의 주축 공격수를 틀어막은 뒤 ‘역습의 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빠른 전방 공 배급으로 결정타를 산출했다. 한국팀은 빌드업을 해 나가기 어려웠고, 갈수록 수비와 공격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간을 허용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교체를 통해 판을 뒤집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임기응변도 약했다.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은 “투지 있게 수비하고, 특정 지역 압박하기로 한 게 잘 먹혔다”고 했는데, 그만큼 한국팀을 잘 분석하고 공·수의 강약을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전술이 없는 축구는 없겠지만, 슈팅수(8개-17개)와 유효슈팅수(0개-7개) 열세에서 클린스만호는 완패했다.
클린스만 감독 여론 역풍 시달릴 듯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뒤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퇴 뜻은 없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또 “더 많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협회와 이번 대회의 장단점을 두고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호에서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이 서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직 축구와 달리 기복이 있다. 협력 플레이에 의한 필드골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대표팀 전력은 유소년 기반과 국내 프로리그 성장을 통해 견고해지는데, 주전과 백업 선수의 차이 등 엷은 선수층 문제를 클린스만 감독이 어떻게 개선·해소할지 주목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축구의 골은 개인기에서 결정되지만, 승패는 특정한 선수 몇몇이 아니라 11명 전체가 일궈내는 것이다. 그 연결고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팬들은 앞으로도 대표팀 축구를 불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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