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놀이터, 홍콩 공항서 상영된 이유는

아트사이드 홍콩 작가
플로렌스 유키 리 개인전

작가가 전시장에 설치한 추억의 장난감이 가득 든 뽑기 기계 내부 모습. [아트사이드]

미끄럼틀, 모형자동차, 탱탱볼이 가득한 뽑기 기계…. 갤러리가 놀이터로 변신했다. 놀이터는 작가에게 어릴적 홀로 엄마를 기다리던 추억과 그리움의 공간이다. 작가는 “가로등에 불빛이 켜지는 늦은 시간까지 엄마를 기다리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 공간을 통해 서로의 추억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4일까지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 간의 다층적인 연결을 탐구하는 홍콩의 차세대 미디어 작가 플로렌스 유키 리(30)의 첫 개인전을 연다. ‘Let it sprout beneath my skin’는 판화, 원화, 설치 등을 선보인다.

런던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홍콩을 대표하는 M+ 미술관에서 의뢰받아 제작한 미디어 작품 ‘Park Voyage’를 홍콩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작년 6개월간 전시했고, 올해말까지는 M+ 미술관 파사드에 정기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작가는 “수백개의 깨진 유리조각이 만든 디스코볼을 통해 부서져야 빛이 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 홍콩에서 형광볼까지도 어릴적 장난감을 그대로 공수했다. 새로운 게 없고 모두 예전에 쓴 추억의 물건들이다”라고 말했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는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도 풀어냈다. 전시장 1층은 놀이터로 꾸몄고, 지하 1층은 뽑기 기계를 화려한 조명아래 설치하고 신작 영상을 설치했다. 홍콩 공항 영상과 비슷한 주제로 만든, 도시의 놀이터를 비추는 파스텔톤 신작 영상은 보는 이도 추억에 잠기게 만든다.

작가는 “어릴 때는 저 공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지금은 꼭 저 공이 나 같다. 돌려서 뽑으면 어떤 색의 공이 나오는지 알 수 없고, 통 속에 영락없이 갇혀 있는 게 꼭 내 인생 같다”라고 말했다.

영상 작업 ‘you build a home in my mind: lost in the naked light’ [아트사이드]

‘Park Voyage’가 작년 홍콩 국제 공항에서 상영됐다. [아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