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총파업 동력 '전공의' 반발…벌써 '사직서 제출' 움직임도(종합)

천선휴 기자 2024. 2. 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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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중수본 매일 소집…현장서 전공의 동향 파악
12일 대전협 총회 분수령…박단 회장 "모든 대응방안 강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직후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사들이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아침 전국의 수련병원장들과 함께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료계 집단 행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전공의 파업 대응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또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 구축을 당부했다.

◇의사단체 총파업 절차 돌입…복지부, 50개 수련병원에 현장점검 담당자 배정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이 의대 증원 발표 강행시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엄포를 놓으면서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준비해왔다.

6일 의대 증원 발표 직후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긴급 소집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보건의료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7일 오전 17개 시도 보건국장회의를 열어 의사 집단행동 동향, 설 명절 연휴 응급실 운영 등 비상진료대책을 논의하고, 비상진료대책 상황실 설치 등을 요청했다.

중수본 회의도 매일 열릴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부터 매일 중수본 회의를 열기로 했고 특별한 사항이 있을 때 브리핑을 열어 국민들께 안내하겠다"며 "다만 8일과 설 연휴 중에는 별도의 브리핑 없이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전공의가 많은 상위 50개 수련병원을 추려 현장점검 담당자를 배정한 상태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5명이 한 조를 이뤄 전공의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특히 대전협 집행부 상황을 살피기 위해 경찰청에 협조를 구한 상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공의들 총파업 찬반 투표 진행 중…12일 대전협 총회 분수령

복지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전공의 등 의사들 단속에 뛰어든 건 의사들의 총파업 동력인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의료계에 따르면 70여 명의 전공의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자발적으로 낸 사직서를 받아 모으자는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병원에선 20여명의 인턴 전원이 사직서를 작성해놓았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다만 아직 병원 측에 제출하거나 사의를 표명하는 등 행동에 나서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의료 현장에선 대전협의 결정 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보다는 대전협 결정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고 협의회에서 파업 결정이 나면 각 과별로 참여한 인원을 파악할 수 있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금 나라는 시끄러운데 병원은 조용하고 전공의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사직서 썼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아직 행동에 옮긴 건 없고 파업을 하든 뭘 한다고 해도 설 연휴 지나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 대학병원 관계자도 "6일 저녁 전공의들이 대전협 결정에 동참하기로 의견 수렴을 했다"며 "그 외에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D 대학병원 관계자도 "대전협에서 통보가 내려오면 따르더라도 회의하고 의견을 모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설 연휴 때는 안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파업 타이밍 잡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벌인 모습. 2020.8.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현재 대전협은 의료 현장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협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140여개 수련병원 1만여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2%가 '의대 증원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전협에 가입된 전국의 전공의는 1만5000명 정도다.

'빅5' 병원 전공의들도 대전협에 제출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은 어떤 결론이든 대전협 결정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전공의 대표가 없어 대전협이 총파업을 결정하면 진료과 단위별로 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투표는 마쳤지만 결론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투표가 진행 중이다. 다만 박단 대전협 회장이 세브란스병원 소속이기 때문에 파업 동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단체 행동에 들어가더라도 이달 15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가 껴 있는 데다 전공의들이 치르는 전문의 실기 시험이 지난 3일부터 시작돼 15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파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전문의 시험이 끝난 뒤로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파업 여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7일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같이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와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 명의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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