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인’과 메이드인 경상도[B급 사회]
2020년부터 ‘호소인’ 조어 널리 사용돼
‘가볍게 쓰여선 안된다’ 지적에도 불구
정치권과 음악계 등지서 다양하게 활용
인터넷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밈에 가까운 말들이지만, 현대 사회를 잘 설명하는 용어들과 대중문화를 연결해 이야기합니니다.
호소인. ‘호소하다’라는 동사에 한자 ‘사람 인(人)’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주로 누군가 가짜이면서 진짜라고 주장할 때, 그런 대상을 조롱하기 위해 쓰인다.
최근 유튜브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의 인기 코너 중에도 호소인과 관련된 것이 있다. 이용주의 경상도 여행기 ‘메이드 인 경상도’다. 자신을 부산 사나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정체불명의 사투리를 쓰면서 대구, 경주 등 경상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닌다. 코너의 웃음 포인트는 경상도 사람 같지 않은 이용주가 자신을 경상도 남자라고 우기는 데 있다. 그래서 그는 경상도 ‘호소인’이다.
이용주의 경상도 호소인 캐릭터는 ‘피식쇼’에 나온 부산 출신 배우 강동원이 이용주에게 바퀴벌레가 부산 사투리로 뭐냐고 묻자, 그 답인 ‘강구’를 몰랐던 이용주가 ‘바쿠쌉꿀빠’라는 황당한 대답을 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용주만의 막무가내 우기기가 호소인 캐릭터를 강화한다.
이용주는 억울해 한다. 110만 뷰를 넘은 ‘경상도 호소인 논란? 할 말은 해뿔라예’ 영상에서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1986년 부산 대신동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88올림픽’까지 봤다고 말한다. 경상도 출신은 맞지만, 겨우 3년이다. ‘피식쇼’에서 유려한 영어를 구사하는 호주 유학파에 지금은 서울에 사는 이용주가 이런 말을 하니 울산 출신 개그맨 김민수가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해도 없는 ‘호소인’이라는 조어가 사회 전반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당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일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다. 이보다 앞서 2010년대 중반 대학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피해 호소인이란 말이 쓰인 적이 있으나 대중에게 이 단어가 인식된 것은 2020년이라고 봐야 한다.
법적인 판결이 나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이나 고소인의 피해 사실을 가볍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피해자가 거짓으로 피해 사실을 주장한다는 인상을 줘 비판받았다. 이후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피해 호소인’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와 잘못의 뜻을 전했다.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비하하며 알려진 단어가 가볍게 쓰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후 호소인이라는 말은 각종 사건과 인물에 붙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독특한 음악 스타일과 홍보 방식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지올 팍은 일부 사람들에게 천재인 척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천재 호소인’이라는 낙인 아닌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많이 쓰였다. ‘윤핵관 호소인’ ‘친명 호소인’을 비롯해 선거철을 앞두고는 진짜 일꾼과 가짜 일꾼을 구별해야 한다며 ‘일꾼 호소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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