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 먹은 돼지고기, 알고 보니 외국산…군 부대도 속았다

2년 넘게 원산지 속여 군납업체 납품
외관상 구분 어렵게 절단…도축 증명서도 허위 제출
이 같은 수법으로 13억원 챙겨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국군 장병들의 식탁에 올랐던 국내산 돼지고기가 알고 보니 외국산 냉동육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체가 2년 넘게 원산지를 속여 군납업체 등도 이 사실을 모른 채 납품했다고 한다.

7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21년 9월부터 원산지를 속여 1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광주의 한 육류 유통업체 대표 A씨를 구속했다. 범행을 도운 경리 직원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스페인·프랑스·미국 등에서 돼지고기를 수입한 뒤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군납업체 2곳에 납품했다. A씨가 그동안 원산지를 속여 유통한 고기의 양은 436ｔ에 달했다. 이는 50만 국군 장병이 네 끼 이상 먹고도 남을 양이다.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일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수입한 냉동 돼지갈비를 외관상 국산과 구분이 어렵도록 작게 절단하고, 국내산 고기를 사들이며 얻은 도축 증명서를 허위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군납업체는 원산지가 바뀐 사실을 몰랐다. 군납업체는 양념 돼지갈비 등으로 가공해 중간 납품업체를 거쳐 2년간 군부대로 납품했다. 이렇게 납품된 고기는 육군 전 부대와 해군, 공군 일부 부대 장병들의 식탁에 올랐다.

군은 장병들의 건강을 위해 국내산 2등급 이상 돼지고기를 납품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돼지고기 시료를 채취해 원산지 판별 검사를 했다”며 “이후 외국산으로 의심돼 합동 조사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행법상 원산지표시법을 위반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