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김민재가 없었다고 하지만···불안했던 수비, 클린스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선수 한 명이 빠졌는데, 그 구멍이 너무나 컸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없는 한국 축구의 수비는 너무나 취약했다. 이와 함께 이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안일함 또한 많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 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 내내 불안 요소로 지적 받아온 수비 불안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대표팀은 8강전까지 5경기에서 무려 8골을 내주며 수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아시아를 넘어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수비수인 김민재가 있었음에도 이 정도였다.
그런데 8강전에서 김민재가 경고 1장을 적립해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전에 나서지 못하게 됐고, 이는 재앙이 됐다. 요르단도 주전 공격수 알리 올완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긴 했지만 무사 알타마리, 야잔 알나이마트 등 젊고 빠른 공격수들이 시종일관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요르단 선수들의 기량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 수비수들이 보인 모습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골키퍼 조현우의 수차례 선방이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운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김민재가 군 복무로 빠졌던 6월 A매치를 제외하면 김민재가 없는 포백을 가동시킨 적이 없다. 주전 수비수가 이탈할 경우를 대비해 10월까지 치른 여러 번의 A매치를 통해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에는 늘 김민재가 포함됐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플랜A를 확고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준비가 너무 미흡했다. 주전 수비수가 빠지는 일이 일어나면 조직력으로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포백을 보호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의 경기력도 좋지 못했고, 결국 요르단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진섭(전북), 이순민(대전) 등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이들을 실전에서 충분히 점검해 본 적은 없었다.
부임 직후부터 ‘원격 근무’ 논란을 빚어왔던 클린스만 감독이 그동안 선수를 직접 관찰하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은 무패 행진을 거듭하며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이번 아시안컵의 허무한 결말로 다시 점화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당시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약속을 “한국으로 돌아가 문제점을 점검하겠다”며 ‘사퇴’가 아닌 ‘분석과 발전’으로 미묘하게 바꿔놨다. 확실한 것은 이런 수비로는 더 나은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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