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주택사업 강자’ 삼성물산, 사법 리스크 털고 화려한 부활... “문법 달라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추궁 받던 트라우마
조합비리·출혈경쟁 주목 ‘부담’에... 그간 소극적 스탠스
법원 “사업성 목적으로 합병” 판단
알짜 사업지 수주할 듯... 올해가 ‘부활 원년’
법원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아닌 사업적 필요에 의해 진행됐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삼성물산 내부에선 사법 리스크 해소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수년간 움츠러들었던 건설 부문 주택 정비 사업 수주가 다시 날개를 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김신 삼성물산 상임고문,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5일 이 회장과 함께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최 의장과 김 사장은 각각 상사부문과 건설부문 대표이사였다. 이 사장은 현 오세철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취임하기 전까지 건설부문을 이끌던 수장이었다. 2018년 1월 취임했지만 합병 이슈가 불거지면서 2021년 정기인사에서 물러났다. 법원이 “양사의 합병 필요성 등 검토를 거쳤기에 사업성이 인정된다고 본다”라고 못 박으면서, 이들은 일단 모든 혐의를 벗게 됐다.
삼성물산 최근 4년간 주택 사업 신규 수주액을 보면 2020년 1조487억원, 2021년 9117억원, 2022년 1조8686억원, 2023년 2조951억원이다. 업계 ‘빅2로’ 통하는 현대건설이 2022년 9조3575억 원의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나머지 10위 안에 드는 건설사와 비교해도 수주액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삼성물산이 그동안 이 회장 운신(運身)에 따라 사업의 보폭을 조절해 왔다는 것은 건설업계에선 주지의 사실이다.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정비사업 수주 강자로 통했던 삼성물산은 2013년부터 신규주택 공급을 급속히 줄였다. 실제 합병이 발표됐던 2015년까지 3년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 이 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사업 실적을 축소해 주가를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선 ‘삼성물산 주가가 너무 비싸게 잡히면 안 되니까 수주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삼성물산은 선을 그었지만, 당시 주택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거나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이른바 ‘검은 돈(블랙머니) 프레임’을 경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통상 재건축 수주를 위한 ‘출혈경쟁’은 쌍방 간 각종 비방과 고발을 부른다. 당시 이 회장의 국정 농단 혐의와 관련해 기업의 비윤리적·도덕적 문제와 사회적 책임 이슈가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삼성물산으로서는 소극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장의 비윤리적·불법적 행위가 자주 불거진다는 점도 삼성물산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대중에겐 ‘시공사 리스크’ ‘브랜드 평판 하락’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건설기업 임원은 “정비사업은 특성상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매우 크다”면서 “국정농단 문제로 수장의 구속 경험까지 있는 기업 입장에선 꺼려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 회장이 2022년 8월 사면 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 계열사들에 사업 추진 동력이 생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탄탄한 그룹사 설비 물량을 확보하면서 시동을 걸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작년 8월 미래형 주거모델인 ‘넥스트 홈’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라멘구조 등 기술적 부분을 강조했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주택사업 복귀를 공식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삼성물산은 올 들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비록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부산 촉진 2-1구역에 “래미안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현재는 노량진 1구역 수주를 위해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건설부동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한 법조인은 “삼성물산 입장에서 보면 합병 이후 그동안 태생 자체, 존재 이유 등을 부정 당해왔던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1심 결과는 재판부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들여다보고 판단한 것으로 검찰이 항소하더라도 크게 결론이 바뀌진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설업황이 좋지 않지만 삼성물산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한 곳이 어디 있겠냐”며 “압구정, 반포, 대치, 여의도, 성수 등 ‘알짜 사업지’를 중심으로 수주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