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별세

최서은 기자 2024. 2. 7. 1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 AFP연합뉴스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헬리콥터 추락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피녜라 전 대통령이 타고 있던 헬기가 이날 오후 칠레 남부 로스리오스주 랑코 호수 상공에서 추락했다. 그는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동승자 3명은 모두 가까스로 물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랑코 호수 인근에 위치한 친구 집에 들러 식사를 한 뒤 다시 본인의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가 직접 헬기를 조종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악천후로 인해 기상 상황이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3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번 비극으로 큰 슬픔을 느끼며, 유족에게 연대의 포옹을 보낸다”고 전했다. 그의 장례는 조만간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이 막 내린 후 민주적으로 당선된 첫 우파 대통령으로, 2010∼2014년과 2018∼2022년 재임했다.

1949년 수도 산티아고의 유력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난 피녜라 전 대통령은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사업가였다. 그는 1980년대 칠레에 처음 신용카드 기술을 도입해 큰 돈을 벌었고, 이후 항공사·방송사·축구구단 등에 투자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피녜라 일가의 재산은 29억달러(3조8500억원)에 달한다.

이후 그는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자신의 사업적 통찰력을 활용해 국가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친기업 정책을 통해 재임 기간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대량의 백신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칠레가 백신 접종률 상위 국가에 오르도록 했다. 특히 2010년 지하 700m 광산에 매몰된 광부 33명을 69일만에 전원 구조하는 작전을 성공시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4년 이를 다룬 영화 <33>이 개봉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녜라 전 대통령은 국민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이고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교육개혁 요구와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2019년에는 무리한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불평등 항의’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됐는데, 이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이 사망했다. 결국 2022년 좌파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다.

피녜라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칠레를 비롯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인근 국가에서도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그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고통받는 모든 칠레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반 두케 전 콜롬비아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나의 좋은 친구이자 동료인 피녜라의 죽음으로 아주 고통스럽다”면서 “그는 독보적 리더이자 좋은 사람이며 언제나 콜롬비아를 지지해 준 친구”라고 전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시 “나의 사랑하는 친구 피녜라의 죽음에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면서 “칠레와 중남미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에 누구보다 헌신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2012년 3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방한해 이명박·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9년 국빈 방문 당시엔 “우리는 한국을 가까이서 관찰해 왔다. 한국이 상당히 놀라운 개발을 이룩한 것에 대해 존중한다”며 경제 협력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