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축구’로 가려진 ‘무능’…클린스만 감독은 실패했다

이정빈 2024. 2.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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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정빈 기자 =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한이 이번에도 풀리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등 ‘역대급’ 선수단을 구축하며 왕좌를 바랐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좌절이었다. 대회 내내 문제가 됐던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지도력이 결국엔 발목을 잡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0-2로 패했다. 전반전부터 중원에서 잦은 실수가 나오면서 상대에게 기회를 헌납했는데, 후반전 2골을 연이어 내주며 아시안컵 여정을 마치게 됐다.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64년 동안 아시안컵 왕좌에 앉지 못한 한국은 그 한을 이번에도 풀지 못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에 더해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유럽 각지에서 뛰는 선수들이 함께 우승에 도전했지만, ‘복병’ 요르단의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4강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대회 전부터 우승을 자신했던 클린스만 감독의 도전은 처참하게 끝이 났다. 대회 내내 색깔 없는 전술과 부적절한 선수 기용으로 뭇매를 맞은 클린스만 감독은 꾸역꾸역 결과를 만들어내며 ‘좀비 축구’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좀비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의 단점을 보기 좋게 포장한 ‘허언’에 불과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 수 아래 전력인 팀들을 상대로 비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조별리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인 요르단에 2-2로 비기더니,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는 3-3으로 경기를 마쳤다. 두 경기 모두 선제골을 넣고도 체계를 잊어버린 듯한 축구로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 막판 가까스로 득점을 기록하며 패배를 면했다. 약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월드컵 16강을 이뤘던 팀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무너져버린 체계 속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도중 여유로운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국이 득점하든, 실점하든 클린스만 감독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부진한 경기력, 부적절한 행동 등 잇따른 비판 속에서 취재진과 만난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호텔을 추가로 연장하시길 바란다”라고 여유만 부렸다.

기대 반 우려 반 토너먼트로 향한 클린스만호는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상대에게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득점으로 가까스로 패배를 면했다. 이어 조현우(울산 HD)의 승부차기 선방쇼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이 경기도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이 빛나기보단 일부 선수의 투혼이 더 효과를 발휘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수비 안정화를 위해 들고나온 3백은 오히려 사우디 선수들에게 밥상을 차린 꼴이 됐고, 기존 4백으로 전환한 뒤에야 흐름을 찾을 수 있었다.

실속 없는 변화에 다시 기존 전형을 택한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한 중원 문제를 안은 채 호주를 상대했다. 호주전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가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페널티 킥으로 막판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연장에서 손흥민이 프리킥 골을 터트리며 2경기 연속 기적과 같은 승리를 쟁취했다. 계속된 힘겨운 승부로 ‘좀비 축구’라는 별칭을 얻은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였지만, 이 분위기는 불과 며칠 가지 않았다.



다시 만난 요르단을 상대로 이번엔 유효슈팅 한 번 기록하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매번 지적받은 중원 문제가 요르단전에서도 터졌고, 김민재가 빠진 수비진은 허술함 그 자체였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스리톱도 역시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며 ‘불협화음’을 냈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는 선수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할 뿐, 유기적으로 만들어가는 장면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 이사진과 상의도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임을 발표하는 만행을 저지른 후 줄곧 무직으로 지냈다. 헤르타 베를린에서 충격적인 행보를 보인 그를 찾는 팀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한국이 클린스만 감독을 높게 평가했고, 그에게 감독직까지 건넸다.

3년 만에 잡은 지휘봉에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감이 넘쳐흘렀지만, 정작 한국 대표팀에 집중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신의 명성만 과시해 근무 태만 논란을 남겼다. 이러한 논란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고, 해당 결과를 책임져야 할 시기가 왔다.

요르단전 패배 후 주장 손흥민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마이크 앞에 섰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참패에도 상대를 존중하겠다는 취지로 미소를 지으며 또 논란을 일으켰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월드컵까지 한국을 이끌 것이라 밝혔지만, 그의 아쉬운 지도력이 다음 국제 대회까지 갈 수 있을 진 의문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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