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징역 15년 선고···사기죄 최고형
건축왕 “범죄집단·전세사기꾼 아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를 주도한 이른바 ‘건축왕’에게 법원이 사기죄로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3)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1월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5년과 범죄 수익 115억원 추징을 구형했다. 오 판사는 또 지난 1일 A씨의 변호인이 신청한 법관 기피 신청도 기각했다.
오 판사는 “A씨 등은 사회초년생이나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범행해 동기나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191명, 피해 액수는 148억원으로 막대하고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은 대출을 받거나 일하면서 모든 전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8채를 보유하면서 스스로 탐욕에 따라 피해를 준 부분에 큰 죄책감을 져야 한다”며 “사회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는데도 변명을 하면서 100여명의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하게 하면서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오 판사는 “생존 기본요건인 주거환경을 침탈한 중대 범죄를 저지르면서 20∼30대 청년 4명이 전세사기 범행으로 숨졌다”며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재범 우려도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 판사는 이날 판결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기죄의 법정최고형 형량을 높이는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A씨와 같이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는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오 판사는 “사기죄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한도는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고 밝혔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A씨에 대한 선고 직후 “A씨 일당에게 조직적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수천 세대에 이르는데 이들의 형량은 너무 낮다”며 “A씨 등의 사기행각 전모를 낱낱이 밝혀 범죄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해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2708채를 보유한 A씨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은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 453억원 중 148억원만 이날 선고됐다. 나머지 305억원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는 또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A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도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회장을 맡아 업무를 총괄하고,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을 고용해 중개팀과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 등을 두고 조직적·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변론요지서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오랜 침체 속에서 주택 규제, 급격한 금리 상승에 대처하지 못했을 뿐으로 사기 범죄 집단도 아니고, 나쁜 전세사기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죄값이 어떠하건 평생 속죄하고 피해를 변제하며 살 테니, 직원들은 선처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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