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과 대한축구협회의 실패…1년을 버린 한국 축구 [ST스페셜]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던 한국 축구가 불과 1년 여 만에 침몰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졌다.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려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도전했지만, 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4강에서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결과보다 아쉬운 것은 내용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6경기에서 10실점을 헌납했고, 클린시트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또한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3-1 승)을 제외하면, 전후반 90분 내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낮은 국가들과만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참담한 결과다.
한국 축구는 불과 1년 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기에,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그사이에 대표팀에 큰 선수 변화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1년 전 한국 축구 환희의 장소였던 카타르가 이제는 비극의 현장이 됐다. 결국 지난 1년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첫 단추부터 불안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작별한 대한축구협회는 새 사령탑을 찾았고,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근래에 지도자로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것을 두고 언론과 축구팬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심지어 선임 과정조차 투명하지 못했다.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감독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설명에 나섰지만, 전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감독을 선임한 것이 아니라 윗선의 입김이 들어간 선임이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웠다.
지휘봉을 잡고 난 뒤에도 문제점은 계속해서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언론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자신만만하게 답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이를 증명한 일은 극히 드물었다. 3월부터 대표팀을 이끌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9월 유럽 원정 두 번째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에서야 부임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그라운드 바깥에서도 문제가 벌어졌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의 국내 상주가 계약 조건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도, 해외에서 패널 활동을 하거나 축구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그동안 대표팀에만 전념해왔던 전임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민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10월 A매치 기간부터 다득점 승리를 이어가며 조금씩 축구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번 아시안컵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믿음도 박살이 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자신을 향한 비판에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정작 결과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음에도 사임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은 한국 축구의 실패이자, 대한축구협회의 실패, 또한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2년 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지난 1년을 반성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수정해야 하고, 몇몇 포지션에 세대교체가 필요한 점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
특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는 대회다.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이강인 등 현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전성기 기량으로 참가하는 월드컵이기도 하다. 결코 이번 아시안컵처럼 낭비할 수 없는 소중한 대회다.
처음부터 잘못 채운 단추를 끝까지 채워 내려가 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1년 동안 잘못 채운 단추를 모두 풀고, 처음부터 맞게 단추를 채워야 할 때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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