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동원해 나무 제거…공주보 이어 ‘세종보 재가동’ 논란
환경단체 “금강 생태계 비상 상황” 우려
시민 “자연 훼손하면서까지 해야 하나”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런 공사를 해야 하나 싶네요.”
지난 6일 오후 세종공원에서 만난 시민 한모씨(30대)는 인근 세종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가리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세종보 인근에서는 온갖 중장비가 동원돼 수목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제거된 수목들은 공원 인근에 마구 쌓여 있었다.
한씨는 “레저 활동을 할 수 있게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오로지 인간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까지 자연을 망가트려도 되는 지 싶다”며 “자연 환경 그대로를 느끼기 위해 세종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나무들이 모두 잘라져 나간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세종보 인근의 수목을 잘라내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는 “되살아난 금강 생태계가 다시 비상 상황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 안에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7일 대전충남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달부터 금강 세종보 구간의 하천 통수능을 개선하기 위해 인근 수목 등을 제거하는 ‘2024년 국가하천(금강) 지장수목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사업이 완료되고 세종보가 재가동된 뒤, 세종시는 세종보 일대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 수상스키 선수단이 전국 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작 지역에서 연습할 곳이 없어 타지역으로 원정을 뛰고 있다”며 “수변 관광을 포함해 물을 활용한 경제적인 발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담수 이후에는 수륙양용차 운행과 소형 선박 운항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세종보 정상화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올해 상반기 중 세종보를 담수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종보의 물길을 막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수문을 막아 상·하류의 수위 차이에서 얻을 수 있는 전력 생산이 중단되는 등 보가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세종보가 정상화되면, 연간 약 77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소수력발전으로 생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강 수변을 주요 행사장으로 활용하는 세종시의 ‘2026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가 성공적인 국제행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세종보 재가동이 생태계 파괴와 녹조 발생 등으로 인한 자연 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등을 비롯한 지역 환경단체는 “세종보 재가동이 이뤄진 뒤부터 매년 녹조가 창궐했고, 금강에서의 생명이 말살되기 직전이었다”며 “2018년 1월부터 세종보를 완전 개방하면서 금강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등이 금강으로 귀향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벌목은 생태계에 충격이 크고 복원이 어렵다는 점에서 금강 생태계는 다시 비상 상황에 놓여 있다”며 “녹조 발생으로 인해 세종보가 개방됐었는데, 녹조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은 없이 다시 담수를 시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환경부는 2018년 3월부터 전면 개방된 공주보 수문을 ‘대백제전 행사’를 명분으로 닫은 바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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