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아르헨 대통령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서방 중심 외교 가속화
하마스 “국제법 위반” 강력 반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을 막기 위해 중립 지역으로 설정한 예루살렘을 사실상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 셈이다. 친이스라엘 성향인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외교 전략을 재편하려는 밀레이 대통령의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시작 후 첫 순방지로 선택한 이스라엘을 찾아 이틀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그는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영접 나온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만나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서예루살렘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카츠 장관은 “밀레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진실만을 추구해온 사람”이라며 “이스라엘이 하마스 학살에 맞서 유대 민족을 지키기 위한 전투를 치르는 상황에서 이런 지지 방문은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사의를 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요르단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하고 서예루살렘과 병합해버렸다. 이어 1977년엔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았다. 유엔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고 이스라엘군에 철수 명령을 내렸지만, 이스라엘은 현재까지 동예루살렘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독립 국가를 세우겠다고 맞서는 상태다.
이에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은 국가 대부분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며 2018년 5월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고, 이후 코소보·과테말라·온두라스 등이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신설했다. 여기에 밀레이 대통령의 선언으로 아르헨티나까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어 동예루살렘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서쪽 벽)에서 유대 전통 복장인 키파를 착용하고 기도까지 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그는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를 공부하는 등 유대교로 개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를 겨냥한 강경 메시지도 쏟아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아르헨티나는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이중국적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일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습격을 받은 키부츠(집단농장)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동 전문 매체 알모니터는 “밀레이 대통령이 라틴아메리카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미국과 이스라엘로 무게를 완전히 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내내 친미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권리를 침해하는 말레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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