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쓰러지지 않는 좀비 축구" 클린스만호는 이미 죽은 존재였다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좀비는 이미 죽은 존재에 불과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랭킹 23위)은 7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FIFA랭킹 87위)에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결승전 진출에 실패하며 탈락했다.

아슬아슬했던 전반전 이후 후반전에 돌입하자 균형이 깨졌다. 승자는 요르단이었다. 후반 8분 박용우 패스 미스가 역습 위기로 이어졌다. 야잔 알 나이마트가 무사 알 타마리 침투 패스를 받은 다음 칩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끝이 아니었다. 후반 21분 한국이 하프라인 압박으로 소유권을 뺏기고 역습을 내줬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든 알 타마리가 수비를 제친 다음 골망을 갈랐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을 상대로 조별리그 무승부와 준결승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에는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패배 직전인 상황에도 기어코 쓰러지지 않고 반격에 성공하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별명 그대로 순탄치 않았다. 토너먼트뿐만 아니라 조별리그에서도 그랬다. 2차전 요르단전(2-2 무, 91분 상대 자책골), 3차전 말레이시아전(3-3 무, 94분 손흥민 득점),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1-1 무, 승부차기 4-2 승, 99분 조규성 득점), 8강 호주전(2-1 승, 96분 황희찬 득점, 104분 손흥민 득점) 모두 극적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은 '좀비 축구'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직전 4경기 동안 비틀거렸지만, 결승 직전에 올랐다. 상대방이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손흥민과 황희찬 또는 이강인이 나타난다. 사우디전과 호주전 득점도 비슷했다"라고 짚었다.

'좀비 축구'라는 별명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대중 매체에서 묘사되는 좀비는 이미 생명이 다한 존재이며, 의식 없이 움직이는 괴물이다. '결과'라는 움직임은 있지만, '내용'이라는 생명은 다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대회 내내 졸전에 시달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을 갖고도 온전히 기용하지 못했다. 보유한 옵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패배 직전 선수들이 보여준 집념이 아니었다면, 진작 탈락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좀비 축구'는 허무한 탈락으로 완전히 소멸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두 수 아래로 평가됐던 상대에게도 압도적이지 못했다. 치열한 수 싸움과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격파하는 '휴먼 축구'가 필요하다. 책임은 수장 클린스만 감독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