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새해 첫 지시는 또 '농촌'…왜 21년째 안 바뀔까
정치적으로 농촌 중시한다는 메시지…
경제성장 여력 면에서 농촌혁신 핵심 과제
중국이 2024년 첫 공식 지시인 중앙 1호 문건으로 또 '3농(농업·농민·농촌)문제 해결'을 명령했다. 올해로 21년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근간인 농촌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13억 거대 경제 생태계의 기본인 농업 육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GDP(국내총생산) 정체와 실업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농촌 관련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및 국무원은 지난 3일 "농업강국 건설을 목표로 향촌전면진흥을 집중 추진하는 등 3농 업무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라"는 내용의 중앙 1호 문건을 발표했다. 당과 중앙정부가 연초 각 부처에 처음 하달하는 불변의 최우선 정책 목표로 올해도 또 3농 문제 해결을 지시한 거다.
주중 대한민국대사관은 이 3농 1호 문건을 '보장과 향상, 강화'의 3요소로 요약했다. 국가식량안보의 보장, 대규모 재빈곤 현상 방지 보장 등이 2대 보장이다. 농촌 산업발전 수준 향상, 농촌 건설수준 향상, 농촌 관리수준 향상 등이 3대 향상이다. 기술과 개혁 투트랙 발전 강화, 농민 소득 증대 강화 등이 2대 강화다.
중국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은 "식량생산 규모가 큰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 내용이 1호 문건을 통해 언급됐다"며 "곡물을 생산해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양이 많은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지원 강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그 범위를 차차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은 후진타오 정부가 막 출범하던 시절이다. 후진타오가 강조했던 3농을 2012년 출범한 시진핑 정부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시 주석 취임 이후로 1호 문건의 주제가 달라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지은 이듬해이자 공식 3기의 출발점이다. 올해도 1호 문건으로 3농을 선택하면서 시진핑 정부의 중농 스탠스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시진핑의 중농엔 정치적 이유가 있다. 1호 문건으로 3농을 앞세운다는 건, 당이 그만큼 농촌문제를 중요시 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당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농촌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정치적 장치다.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은 산업노동자들이 주도한 러시아와는 달리 농민들이 주축이 된 농촌 주도 혁명이다. 중국 공산당의 뿌리가 바로 농촌에 있다는 의미다.
시 주석의 정치적 기반도 바로 농촌이다. 농촌에서 시 주석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반발 없이 3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도 고소득 도시엘리트들의 반대 여론을 그대로 잠재워버린 농촌의 지지세가 있었다. 리궈샹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1호 문건이 3농을 언급한다는 건 그만큼 농촌의 민생을 지도부가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진핑 행정부의 농촌 사랑은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1호 문건으로 3농 문제 해결을 지시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과도한 차이리(결혼지참금) 문제 등을 지적해 바로잡았다. 비효율적인 농촌의 장례풍습 등도 1호 문건을 통해 개선됐다. 2021년엔 농촌문제 해결을 위해 차관급 기관인 국가향촌진흥국을 설치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6억9540만톤의 곡물을 생산했으며 올해도 1호 문건을 통해 6억6000만톤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동시에 경작지 확대를 지시했고, 경작지에 비농업적 건설을 허용하는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식량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농촌정책은 곧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라는 점에서도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중국이지만 도시와 공업지역의 심각한 근로인력 부족에 따라 중국 정부는 농민공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고향을 떠나 일하는 근로자가 약 3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농민공들은 중국 정책 설계나 시행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이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도 농촌의 형편이 나아져야 한다. 지난해 중국의 농촌 1인당 가처분 소득은 2만1691위안(약 400만원) 선이다. 농촌 소득을 1로 본 도농 가처분소득 비율은 2.39대 1이다. 전년 2.45대 1보다는 차이가 줄었지만 여전히 도농 간 격차가 크다. 시 주석이 주장하는 공동부유에서 농촌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미리 단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침체 국면을 맞고 있는 중국 경제의 탈출구를 농촌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동일한 자원과 노력을 투입했을 때, 이미 소득수준이 높아진 도시보다는 농촌 경제의 성장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거다. 생활수준의 향상도 더 쉽게 가시화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정부가 쌍순환경제라는 표현으로 도농 간 경제순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중국 현지 경제소식통은 "본격 저성장 국면을 맞은 중국 정부가 탈출구로 농촌을 예의주시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며 "농촌 경제와 관련해 대대적인 실질적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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