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폭행, 머리 부딪혀 숨졌는데... 상해만 유죄, 치사는 무죄?

판사 “사망 가능성 예견했다 보긴 어려워”

법원 로고. /조선DB

동거하던 애인을 폭행해 닷새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상해치사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송석봉)는 7일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48)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1심 선고와 같이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3년형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3월 15일 오후 10시쯤 충남 태안군 자신의 집 거실에서 5년 간 동거하며 교제 중이던 애인 B(여·46)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B씨가 던진 휴대전화에 맞고 격분, 10분 동안 B씨를 발로 차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폭행해 B씨의 머리를 거실 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B씨는 A씨의 폭행으로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같은 달 20일 오전 10시 13분쯤 숨졌다. 검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심 재판부는 “상해로 인해 직접 사망했거나 (A씨가)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양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뒤통수 뼈가 부서졌고 며칠 후 뇌출혈로 사망한 점을 보면 상해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해자의 직접 사인이 ‘뇌부종’이고, 담당의와 부검의 모두 외상 없이 갑자기 뇌 안에서 터지는 자발성 뇌출혈을 직접적 사인으로 판단한 만큼 피고인의 상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선고 후 검사는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사실관계를 오인했다”며,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각각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