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범 징역 15년 법정최고형

1심 선고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 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148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 미추홀구 건축업자에게 법정최고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아무개(62)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1억5578만500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년에서 13년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이번 범행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70대 노인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동기와 수법이 모두 불량하다. 191명의 피해자와 148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해 범행 결과와 불법의 정도가 너무 중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전세보증금은 피해자들의 대출금이거나, 퇴직금, 평생 일해 모은 전 재산”이라며 “피해자들이 이 사건으로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는 이들의 재정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막대해 피해자들이 살아갈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범들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남씨 변호인 쪽은 지난 1일 법관이 유죄 심증을 숨기지 않고 재판을 진행했다며 법관 기피 신청을 했지만, 오 판사는 “소송지연을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00여채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 191명에게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남씨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공동주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의 이자를 내지 못했고, 이 때문에 주택들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검찰은 남씨가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새로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판단했다.

남씨 일당의 전체 범죄 피해 규모는 453억원에 달한다. 이날 재판은 이중 먼저 기소된 148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나머지 전세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