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아시안컵] 광활하게 열린 중원…'무전술' 속 선수들은 무얼 할 수 있었나?

조영훈 기자 2024. 2. 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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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이고 세밀한 전술이 필요했던 대회였다.

상대가 중원부터 강하게 압박을 걸어서 역습을 시도할 거란 건 너무나도 뻔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으나, 전혀 대비가 되지 않았다.

부재한 전술 속 우리 중원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선수들은 자신의 역을 정확히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선수가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그런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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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조직적이고 세밀한 전술이 필요했던 대회였다. 그러나 전무했고 처참한 결과가 따라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한국 시간) 카타르 알 라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전에서 0-2로 패배하며 대회 막을 내렸다.

처참한 경기였다. 한국이 점유율 70%, 요르단이 30%를 가져가면서 공 소유는 많았던 경기였지만, 상대에 유효슛 7개를 내주는 동안 한국은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방은 답답했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내지 못해 측면으로 공이 향했고,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반면, 요르단은 역습 기회에서 패스 2~3회로 대한민국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도달했고 개인 능력이 좋은 무사 알 타마리 등이 동료의 스크린 플레이를 활용해 공간을 만들었다. 서스름없이 마무리까지 시도하는 과정이 매우 간결했다.

요르단은 잘 준비했고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중원에 너무 많은 공간을 내준 점이 패인이었다. 이날 4-3-3 포메이션을 가동한 한국은 백포 라인 앞 박용우를 배치하고 그 앞을 황인범과 이재성이 지켰다.

김민재가 빠진 상황에서 박용우에게 너무 많은 부하가 걸렸다.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 라인의 간격은 물론, 미드필더끼리의 간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중원부터 강하게 압박을 걸어서 역습을 시도할 거란 건 너무나도 뻔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으나, 전혀 대비가 되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 우리 중원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맞붙어 최소한 대등하고 오히려 우월해 보이는 듯한 경기를 펼쳤다. 공수 상황에서 선수는 자신의 역을 명확히 알았다. 빌드업 상황에서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수비진과 공격진까지 끈끈히 붙어 중원 싸움에 가담했다.

상대가 들고나올 무기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건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포메이션은 단순 숫자에 불과하다. 부재한 전술 속 우리 중원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선수들은 자신의 역을 정확히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득점해야 하기에 전방으로 중심이 쏠렸고 그 과정에서 중원에서 자꾸 공을 탈취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선수가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그런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감독이다. 애초에 대회 명단을 꾸리는 것도, 부진한 선수를 교체하는 것도 감독의 일이다.

그간 클린스만 체제에서 대표팀에 명확한 목적이 있는 전술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따라붙었다. 대표팀은 매우 뛰어난 개개인의 퀄리티로 이를 극복해왔지만, 결국 밑천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번 요르단전은 그간의 심증을 물증으로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FIFA 랭킹 87위 요르단은 우리가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는지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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