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총기 난사 고교생 엄마도 유죄…“부모가 막을 수 있었다”

조윤영 기자 2024. 2. 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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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4명을 살해한 10대의 어머니가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에서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부모의 형사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미국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부모의 형사 책임을 인정한 이번 평결이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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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아들에 총 사주고 정신치료 권유 거절
자녀 총기 사건에 부모 형사책임 첫 사례
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에서 미시간주 옥스포드고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른 이선 크럼블리의 어머니 제니퍼 크럼블리가 배심원단이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내리기 직전 평결을 듣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4명을 살해한 10대의 어머니가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에서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부모의 형사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은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이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니퍼 크럼블리(45)에게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고 보도했다.

크럼블리는 2021년 11월 오클랜드 카운티 옥스퍼드고에서 학생 4명을 살해한 이선 크럼블리의 어머니다. 범행 당시 15살이었던 아들은 지난해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받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이선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그가 아들에게 총을 사준 점, 아들의 정신 건강 치료를 적절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을 중대 과실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총기 난사 사건에 이른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마크 키스트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이 모든 일을 막을 수 있었지만 비극적이게도 작고 쉬운 일을 부모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엔비시(NBC)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평결로 크럼블리는 자녀가 저지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게 된 첫 번째 부모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당일 이선의 담임 교사는 부모를 긴급 호출했다. 이선이 수학 노트에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을 그린 뒤 ‘목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도와달라’는 글을 쓴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크럼블리 부부는 아들을 집으로 데려가 즉각적인 정신 건강 치료를 받도록 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아들의 조퇴가 결석으로 처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학교 쪽에 최근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을 사줬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부부가 아들을 두고 학교를 떠난 뒤 이선은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크럼블리 쪽은 “사건 당일 아들이 스스로 조퇴하고 싶다고 말했다면 집으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강요하지 않고) 선택권을 줬다. 우리는 아들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부모님은 정신과 상담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 말을 무시한다’는 내용이 적힌 이선의 일기장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선이 서서히 우울증에 빠지고 있었는데도 부모가 아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심원단은 12시간 가까운 숙의 끝에 어머니에게도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오는 4월9일 형량을 선고할 계획이다. 시엔엔은 이선의 어머니가 최대 15년의 징역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에 대한 평결은 다음달에 내려질 예정이다.

이선의 총에 희생된 학생 4명 가운데 한명인 저스틴 실링의 아버지는 배심원단 평결 뒤 “(이선 부모가)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했다면 이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다만, 미국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부모의 형사 책임을 인정한 이번 평결이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슈워츠 미시간 쿨리 로스쿨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자녀가 집에 있는 물건을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부모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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